쇠고기, 가격 비싸도 닭고기보다 영양은 적어



김철수 씨(48)는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김씨가 돼지고기 삼겹살, 닭고기를 놔두고 쇠고기를 굳이 찾는 것은 입맛 이외에 단백질 등 영양성분이 많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주말이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쇠고기집을 찾는다.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영양을 보충해주기 위해 경제적인 부담이 되긴 하지만 기꺼이 '거금'을 지불한다.
얇아진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쇠고기를 사먹는다.
하지만 요즘 같아선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은 쇠고기가 과연 돈 값어치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부쩍 커졌다.
더욱이 아침이면 전날 먹었던 쇠고기 때문에 배가 더부룩하고 배변 역시 시원치 않다.

◆ 쇠고기 닭보다 8배 비싸

과연 쇠고기는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영양분이 많을까.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길이 열리면 값이 떨어지고 조만간 우리 식탁에도 자주 오를 것으로 예상돼 쇠고기를 둘러싼 궁금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삼성서울병원과 이마트, 롯데마트의 도움을 받아 쇠고기 안심, 돼지고기 삼겹살, 닭고기 안심, 로스용 오리고기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육류를 분석했다.
결론은 쇠고기가 현재 수준의 비싼 돈의 값어치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팔리는 쇠고기 등심과 안심의 경우 최상위 품질에 해당하는 1++등급 가격이 100g당 각각 7,920원, 7,350원이다. 롯데마트에서는 등심과 안심이 8,900원에 팔린다.
등심과 안심 가격은 돼지고기 삼겹살(100g당 1520원)이나 닭고기 안심(900원), 로스용 오리고기 가슴ㆍ다리살 부위(1,190원)보다 5∼10배나 비싸다.
쇠고기와 다른 고기들의 가격 차이는 일반 식당에 가서 사먹을 경우 더욱 벌어진다.
쇠고기 등심 값은 괜찮은 식당에서 250g에 3만3000원쯤 한다.
식당 및 요리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00g당 1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다.
그러나 쇠고기의 영양은 다른 고기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몸에 해롭다는 콜레스테롤은 다른 고기와 비슷하다.
나미용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은 "육질에서 영양성분상 몸에 좋은 것은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B1"이라며 "쇠고기는 100g당 단백질이 20.7g으로 삼겹살(17.2g)보다 높았지만 닭고기 가슴살(27.3g), 오리고기(23.5g)보다 낮았고 비타민A는 안심 9.0g, 삼겹살 6.0g, 닭고기 가슴살 27.0g, 오리고기 22.0g이었다"고 말했다.

◆ 단백질 함유 닭ㆍ오리가 더 많아

일반적으로 원기회복과 에너지 보충을 한다고 할 때 이는 곧 단백질 성분을 섭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쇠고기 안심은 알려진 것과 달리 단백질 함유량이 삽겹살보다 100g당 3.5g 많았을 뿐 닭고기와 오리고기보다는 각각 6.6g, 2.8g이나 적었다.
단백질은 실제로 부족하면 성장장애를 겪지만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신장과 골격대사에 악영향을 준다.
몸에 불필요한 단백질은 소화 엔자임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아미노산은 간장에서 다시 분해돼 혈액으로 흘러들어가 피를 산성으로 만든다.
혈액의 산성화는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뼈나 치아에서 다량의 칼슘이 빠져나오게 만든다.
이 칼슘은 산화한 혈액과 함께 신장에서 여과되며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같은 해악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육류, 특히 쇠고기가 성장하는 청소년, 운동선수를 비롯해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좋다고 알려진 것은 미국 영양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쇠고기는 우리나라의 쌀과 같은 것으로 '육류=쇠고기'로 인식돼 있다.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만큼 '쇠고기 영양학'이 한국에도 깊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
비타민A는 피부와 시력에 좋은 영양소로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쇠고기 안심보다 오히려 2∼3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다.
역설적이지만 비타민A가 가장 풍부한 것은 가격이 가장 싼 닭고기와 오리고기라는 얘기다.
특히 피로 해소에 좋다는 비타민B1도 100g당 쇠고기 안심이 0.1g에 그쳤다.
닭고기(0.06g)보다 약간 높았지만 삼겹살(0.68g), 오리고기(0.26g)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았다.

◆ 쇠고기 콜레스테롤 삼겹살보다 높아

쇠고기 안심의 영양성분은 다른 고기에 비해 나을 게 없는 셈이다.
대신 쇠고기는 몸에 좋지 않은 영양소로 꼽히는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 다른 고기와 비슷했다.
쇠고기 안심은 100g당 콜레스테롤이 70㎎(1g=1000㎎)으로 삼겹살(60㎎)보다 높았고 오리고기(80㎎)보다 낮았다.
닭고기와는 같았다.
포화지방산은 쇠고기가 6.12g으로 삼겹살(15.47g), 오리고기(7.59g)보다 낮았지만 닭고기(0.56g)보다 훨씬 높았다.
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관상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일 경우 관상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심장질환을 부르는 콜레스테롤은 쌀밥(0), 사과(0), 상추(0)에 비하면 육류에 과다하게 들어 있다.
고기를 먹고 나서 간혹 지방이 묻은 손을 씻을 때 끈적끈적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소나 돼지의 체온은 38.5∼40도, 닭은 41.5도다.
이처럼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동물의 지방은 이보다 낮은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면 끈적끈적하게 굳어버린다고 알려져 있다.
생선이 육류보다 좋다는 것도 체온이 낮은 생선의 지방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굳지 않고 소화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이병문 기자

※도움말=삼성서울병원 /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신야 히로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