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농진청 축산과학원 중점추진과제 집중조명 <1> 왜 삼계탕인가?

담백한 맛·영양 듬뿍…최고 ‘약선음식’

 

등록일: 2009-08-24 오전 11:57:20

 
 
 
서옥석 가금과장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녹색신기술 개발을 통한 지속 가능한 축산기반 구축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미래 소비패턴의 대응과 농가에 기술이전 등을 전파할 수 있는 중점추진과제를 집중 조명키 위해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15회에 거처 축산과학원 각각의 과에서 연구한 연구실적과 앞으로 연구계획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필수아미노산·무기질·비타민 풍부…보양식 ‘으뜸’
일본·동남아 수출량 증가…인삼·밤·찹쌀 동반 인기

음식물은 생명이며 병은 죽음이다. 음식물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약선음식(藥膳飮食)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의 시작이다. 약선 음식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소하게 느끼지만, 우리들의 생활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는 크게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열량,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성분을 따지는 방식과 다른 하나는 태양과 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조화 그리고 뿌리, 잎새, 줄기, 열매 등이 지닌 생명력을 따지는 형이상학적인 잣대로 가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식재료를 평가하면서 동양의학의 기초이론을 바탕으로 인체의 상태를 진단하고, 식품과 약재의 원리를 한약에 접목해 과학적인 조리방법을 선택하여 음식의 맛을 유지하면서, 약의 효능이 있도록 균형을 맞추고, 질병을 예방과,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면서 치료 효능도 발휘하는 비법을 요리에 접목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을 약선요리라 한다.
닭고기는 식품을 평가하는 이 두 가지 잣대를 만족시킨다.
닭고기는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다. 다른 육류와 달리 근육 속에 지방이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위가 약한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단백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많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뇌신경 전달 물질의 활성을 촉진시키고, 필수지방산 중 리놀렌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비만 등의 생활습관형 질병 예방에도 좋다. 또한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A, B1, B2, 니아신 등의 비타민이 풍부하여 더위에 손실된 무기질과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지방질도 풍부하다. 그러나 쇠고기나 돼지고기와는 달리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으므로 콜레스테롤의 염려도 없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래도 기름기에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면 껍질과 피하지방을 제거하고 조리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근육내 지방층이 없기 때문이다.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마늘, 파 등의 양념과 후춧가루 등의 향신료로 쉽게 없앨 수 있다.
특히 삼계탕은 약선 음식의 선두에 둘만하다. 생명력이 한껏 담긴 어린 닭에 인삼, 찹쌀, 대추, 밤, 마늘 등을 넣고 고아서 먹는 대표적 전통 여름 보양식이다. 닭에 대한 전래의 문헌인 본초강목(本草綱目) 은 보양(補陽), 보익(補益)의 효능을 말하고 있고, 허준(許浚) 선생의 동의보감(東醫寶鑑)도 허약한 체질을 보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한국인의 으뜸가는 ‘건강지킴이’이다.
우리 신체의 면역기능과 항상성을 강화시켜 주고 숙취 제거,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 등에 대한 효과는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그뿐인가. 독성과 자극성을 완화시켜주고 위와 비장을 보하는 작용이 알려져 있고 단백질, 당질, 유기산, 비타민, 인, 철분, 칼슘이 풍부한 대추와 각종 무기질과 풍부한 비타민이 들어 있어 발육 및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밤 또한 삼계탕의 저력을 돋우는 조력자로서 한몫을 한다.
마늘은 어떤가. 이것은 항균작용, 항비만, 항암작용 등의 기능성을 발휘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인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탁월한 먹거리다. 이러한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삼계탕은 온갖 것을 길러 내주는 잘 가꿔진 텃밭 같은 존재이다.
이 땅의 선조들은 삼복을 이겨내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선택했다. 삼복은 일년 중 가장 더운 때로서 하지 이후 약 50일 사이에 들어있는 절기이다. 더위에 모든 이의 심신이 한없이 지치는 계절이다. 타향살이에 지친 몸을 받아 안아 용케도 추슬러주는 그리운 고향의 산천과도 같은 음식이 삼계탕이다. 오랜 세월 속에서 축적된 지혜가 묻어있는 음식이다. 재료와 만드는 방식 모두가 우리의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일본과 동남아 지역 현지인의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닭고기와 함께 인삼, 찹쌀, 밤 그리고 우리의 음식문화가 수출되는 것이다. 올해의 삼복은 7월14일 초복을 시작으로 열흘후인 7월 24일이 중복이었고 또 열흘이 지난 8월 13일이 말복이었다. 올해도 더위는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120살 생일을 맞게 해주는 ‘섭생 생태밥상’ 의 조건과 ‘신토불이’의 자격을 두루 갖춘 우리의 삼계탕이 있으니 마음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