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직격탄을 맞았던 닭고기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복 경기는 당초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예년 수준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초복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AI가 종료돼 닭 소비량이 급증하는 복경기에 다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유통업계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 살처분 정책 당시 종계 살처분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서울산지 육계 시세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20일 서울산지기준으로 kg당 중, 소, 대닭이 모두 2040원까지 올라 삼복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연일 오르고 일부에서는 시장 불안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닭고기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AI종식 이후 소비 거의 회복세

  6월부터 이미 대형마트에서는 AI 여파에서 벗어나 닭고기 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6월 마지막 주 닭고기 매출이 거의 전년 동월수준까지 회복했고 롯데마트도 6월부터 AI로 인한 매출 하락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업체 매출 역시 회복세다. 

  최충집 마니커 전략기획실 상무는 “AI 발생 이전과 같이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소비는 오름세에 있다”고 밝혔다. 

  동우측 관계자 역시 “소비가 회복세에 있어 작년 수준 이상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더운 날씨도 닭고기 매출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팀장은 “날씨가 더우면 닭고기는 보신용과 안주용으로 소비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AI 발생 이후 문을 닫은 오리전문 음식점을 비롯해 아예 오리 고기 자체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비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가격 역시 약세가 지속돼 지난 7월 1일 생오리 생체 3kg의 경우 전년 동월 5650원에 거래됐던 것이 4470원까지 하락했다.  

  김용진 한국오리협회 전무는 “AI 이후 오리 소비는 50~60%정도 밖에 회복이 안됐다”며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리농가가 많고 언제쯤 소비가 회복이 될지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선육 공급 다소 줄어도 수입, 냉동물량 많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육두수 감소로 7월 도계수수도 전년보다 12.3% 감소한 6928만마리로 전망되는 등 공급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복 경기에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팀장은 “무더위 탓에 현재 생산되는 공급량은 다소 줄었지만 수입물량이 복 경기에 맞춰 늘고 비축된 재고량이 있어서 공급대란은 없을 것”고 밝혔다. 

  김한웅 한국계육협회 부장도 “AI 살처분 물량이 1년에 생산되는 물량의 0.2%정도였고 복은 사육농가의 최대의 성수기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사육 물량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또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사무국장도 “지난 더위에 상머리 35만마리가 폐사해 초복을 앞두고 가격이 올랐지만 초복이 지나면 공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발생 이후 정부가 수매한 물량과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 농가에서 시장에 내놓지 않고 비축했던 물량도 상당하고 수입물량도 늘어 현재 무더위 폐사 등으로 인해 줄어든 공급물량을 충분히 상쇄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기준으로 한 냉동비축 물량은 1500여만 마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수매와 유사계열 비축량을 고려할 경우 닭고기 냉동 비축은 최대 300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육계 가격이 kg당 1800원이상을 형성할 경우 비축물량도 시장에 서서히 풀릴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공급 부족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냉동 비축량은 복 경기 육계 가격 상승폭에도 제한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 복경기 가격 2000원 안팎될 듯 

  가격이 당초 예상과 달리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복경기 가격은 kg당 1900~2000원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민황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양돈담당이사는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초복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kg당 2000원선이 예상되며 중복과 말복으로 이어질수록 소폭의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 이사는 또 8월 올림픽 특수로 소비가 회복될 경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폭염으로 인한 폐사나 비가 오는 횟수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인호 천하제일사료 부장(양계PM)도 “AI로 종계 살처분과 도태가 많이 되면서 올해 복경기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현재 수매물량과 냉동비축물량이 적지 않아 kg당 2000원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희, 최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