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정부가 긴급 투입한 특별사료구매자금 1조원이 우려했던 대로 축산현장 ‘문턱’에서 막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축종별 지원규모가 외상 사료값 규모에 비해 현실적으로 적다는 것과, 계열농가(집단브랜드화를 실현하는 농가)는 수직(기업주도의 브랜드조직)과 수평(작목반 형태의 농가주도 조직) 등을 구분해서 지원할 방침이기 때문에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담보력이 없거나 농신보의 일반보증과 특례보증 혜택 범주에서 벗어난 농가가 눈에 띄게 많다는 점도 이번 ‘1조원 지원 대책’을 비현실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달 20일을 기점으로 특별사료구매자금을 푼다고 공식 발표하고 각 지자체와 농축협 등을 통해 자금지원에 나섰다. 어려운 축산농가들을 위해 ‘최대한 빨리,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허나 농가사업신청서를 작성하러 각 지자체에 들른 농가들은 “정부 방침이 잘못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양돈농가와 양계, 오리를 키우는 농가 등은 ‘수직계열화사업 참여농가는 제외’라는 조항에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수직과 수평을 구분 못하는 담당직원이 판단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보류 답변’만 접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양돈농가의 30%이상은 일반배합사료업체나 기업체의 계열화사업에 회원농가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계농가나 오리농가는 90% 가까이 계열화형태의 축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판단이 모호한 지경이다.

담보력이 부족해 농신보에 노크하는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창업대상과 농업후계자에게 적용되던 특례보증을 특별자금지원에도 허용키로 했지만, 기존 신용보증한도가 다 찼거나 신용불량 상태인 농가들은 여지없이 ‘찬밥신세’를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대로라면 책임 부담을 덜어내려는 지자체와 농신보 실무담당자들의 소극적인 판단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광범위하고 고른 자금배정은 어렵다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더욱이 보류상태에 놓인 농가들도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강원 철원에서 돼지를 키우는 정민수(52)씨는 “담보물건이나 신용조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일반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면서 “서류조사에 연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축산을 하려는 농가의 의지를 보고 자금지원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유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