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값 좀 담합하게 해주세요"

 

 
 
 
"불황과 출혈 경쟁 탓에 너무 힘드니 우리끼리 가격을 담합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림ㆍ마니커ㆍ체리부로 등 국내 15개 닭고기 생산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례적으로 '공동행위(담합) 인가 신청'을 냈다.

대형 마트 등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서로 합의해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0일 "현재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시장 영향 등을 검토한 뒤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 짓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업계의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물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업계 스스로 담합 인가 신청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근 10년 새 담합 인가 신청은 광주ㆍ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소속 9개 업체가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으니 레미콘 가격ㆍ물량을 담합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다가 지난 1월 말 기각된 건이 유일하다.

이번에 닭고기 업체들이 드러내놓고 담합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사료값ㆍ시설유지비 등 원가 부담은 커지는 반면 업체 간 과열ㆍ출혈 경쟁에다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로 원가 이하에 닭고기를 납품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를 지향하고 있어 '소비자 이익을 위한 원칙 준수냐''불황 극복을 위한 업계 지원이냐' 사이에서 부심하고 있다.

공정위가 어느 쪽을 택하든 불황을 겪는 다른 업종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