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사료값, 채권추심 ‘발동중’

[유영선 기자]

국제곡물’ 문제만 나오면, 대책없이 손 놓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 곡물수입 5위 국가. 쌀을 뺀 식량자급율 1% 내외. 아무런 의지력도 없이 때리면 맞아야 하는 완벽한(?)배경을 안고 사는 국가적 현실.

여기저기 수치를 꿰다 맞춰봐도 국제 곡물 재고율은 사상 최저 14%대가 맞다. ‘식량무기화’라는 총체적 난국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무서운 광풍은 축산분야부터 훑고 있다.

 전체 수입량의 2/3를 차지하는 사료용 곡물. 국제곡물가격과 함께 치솟는 국내 사료가격에 이미 축산농가들은 줄줄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칼자루를 쥔’ 곡물 수출국들의 횡포에 피눈물로 쓰러질 뿐이다. 근본 대책은 물론이고 묘책도 없다.

본지는 이러한 현실속에서 축산농가들의 숨소리를 밀착해 전하는 동시에, 배합사료업체들의 배합사료 생산단가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굴하면서 적은 효과라도 얻을 수 있는 노력이 현재의 최선책이 아닐까 궁리한다. 하나하나 점검해야 한다.

3월 사료값 인상분까지 배합사료가격 상승은 1년새 50%에 육박하고 있다. 요즘 자주 오르내리는 ‘애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먼저 적용된 게 축산분야다. 농산물품질관리원 통계를 보면 양돈농가는 2006년 1만1천500가구에서 일년 후 9천800가구로 줄었다.

양계농가는 4천100가구에서 3천400가구로 20% 급감했다. 한해 동안 10%이상의 축산농가가 생산단가 상승의 경영난 가중으로 도태됐다.
축산농가들의 문제는 사료값 뿐이 아니다. 정부가 각 국과 벌이고 있는 FTA협상으로, 시장개방이 예고되면서 축산물 출하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가축을 먹이는 데는 비싼 가격을 내고, 내다 파는 데는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지타산 맞추는 것은 아예 포기했고, 자리를 떠날 수 없어 ‘제살깎기’하는 농가가 부지기수다.

중국이 수출관세를 높이면서 이미 곡물수출에 제동을 걸었고,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등 곡물수출국들이 일제히 ‘식량무기화’를 선언하고 나선 때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정부는 5일 국민 ‘안심용’으로 보도자료를 긴급히 띄웠다.

이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곡물(밀, 옥수수, 대두) 확보량은 803만톤으로 상반기 수요물량은 충족하는 수준이란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배합사료가격은 올해만 15%이상 뛰었다. ‘5월 인상설’, ‘하반기 30%인상설’ 등이 축산농가들을 자꾸 등 떠밀고 있다.

축산단체 한 전문가는 “양돈업을 필두로 많은 수의 농가들이 전업농 쪽으로 변화하거나 사업을 접은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면서 “또 한번의 융단폭격(사료값인상)이 가해지면, 확실히 양분된 모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무런 대책없이 신용불량이라는 상처만 안고, 거리로 나앉는 축산농가가 절반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축산 현장에선 채권추심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배합사료업체는 업체대로, 농협은 그들대로 ‘빚 청산’을 위해 농가에 달려들고 있어서다. 후폭풍에 의한 퇴출 작업이 엄밀히 진행 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