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곡물 곳간’ 바닥이 보인다
 

 



재고율 14.6% 사상최저 전망…정부 태스크포스 풀가동

 미국 농무부가 올해 여름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을 14.6%로 전망했다. 이는 1973년 곡물 파동 당시 15%대보다도 더 낮은 수치로,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의 곡물 수급 불균형은 기상이변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수요의 구조적 증가에 기인하기 때문에 가격 오름세는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 주요 곡물가 줄줄이 사상 최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세계 곡물 수급·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올해 여름 곡물 재고율을 14.7%로 전망했다가 최근 이를 14.6%로 낮췄다. 이는 2006년 19.1%, 지난해 16.5%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

 밀의 재고율은 2006년 5월 말 23.6%였으나 올해 5월에는 17.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밀의 생산량은 소비량에 못 미치고 있으며, 부족량은 계속 커지고 있다.

 옥수수의 재고율은 2006년 8월 말 17.6%에서 올해는 13.2%로, 콩은 2006년 8월 말 24.6%에서 올해 19.5%로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 쌀의 재고율은 2006년 8월 18.4%에서 올해 17.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곡물의 소비량이 생산량을 크게 앞지르면서 곡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의 선물가격 기준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밀은 79.9%, 콩은 95.8%, 옥수수는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일시적 요인 아닌 구조적 위기

 곡물 가격이 오른 것은 중국 등 신흥 국가의 국민이 육류를 많이 먹게 되고 바이오 연료 생산이 세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5년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20kg이었지만 2006년에는 50kg으로 늘어났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용 곡물 8kg이 들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 곡물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을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는 미국이 옥수수 재배 면적을 늘리면서 밀과 콩의 재배 면적이 줄었다. 옥수수·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의 생산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박사는 “과거의 곡물 파동은 이상기후 등 단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으나 최근 곡물 값 폭등은 그 원인이 다르다”며 “파동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 애그플레이션 우려 현실로

 한국의 2006년 곡물자급률은 2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다. 이 때문에 곡물 부족과 가격 상승은 특히 심각한 문제. 곡물 값이 뛰면서 식품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제분업계는 지난해 12월 밀가루 가격을 24∼34% 올렸으며 라면, 국수, 빵, 과자 등 밀가루를 이용한 가공식품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국내 라면의 상당수는 이미 지난해 3월 종류별로 50∼100원씩 값이 올랐다.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국내 사료용 곡물 재배를 늘리고 해외 식량 공급원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수산식품부는 정부조직 개편 전 김달중 차관보를 중심으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료·비료 지원 △해외 농업 개발 △국내 중장기 대책 등 세 개 부문으로 대책을 수립 중이다.

 사료·비료 지원팀은 축산 농가에 대해 1조 원 규모의 사료 구매자금 지원 등 단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 대책팀은 사료작물 재배 면적을 2015년까지 6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해외농업개발팀은 학계와 민간 업계와 함께 포럼을 구성해 한국 농업의 해외 진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