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31) 민어탕 vs 삼계탕

음력으로 6월과 7월 사이 세번의 무더운 날을 각각 초복·중복·말복이라 이른다. 이때 ‘복’은 ‘엎드릴 복(伏)’ 자다. 여름철 무더위에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삼복지간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기력을 잃기 쉬운 때라는 뜻. 그래서 선조들은 복날이면 체력을 되찾아줄 음식을 먹었다. 오랜 세월 여름 보양식의 전통 강자로 군림해온 민어탕과 삼계탕의 맛을 겨뤄봤다.
 

8시간 통째로 고아 뽀얀 국물에 영양 듬뿍

비린내 적고 기름기 많아 고소함 입안 가득

부드러운 선어회도 일품…껍질·부레 ‘별미’

살에 수분 많아 산지서 먹을 때 최상의 맛

목포역 인근 ‘민어의 거리’에 오랜 맛집 즐비

한여름 복더위를 이기는 데 꼭 빠지지 않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민어인데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 불릴 정도로 기력 회복엔 역시 민어탕만 한 것이 없다. 민어는 껍질부터 지느러미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식재료다.

민어는 다 자라면 길이 1m, 무게 10㎏에 달하는 대형 어종이다. 몸통은 흑갈색을 띠고 배 쪽만 밝은 회색이다. 이는 오로지 선어(저온 유통하는 생선) 형태로 먹는데 무게가 무겁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질 때문에 활어로 유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잡은 직후 배 위에서 바로 피와 내장을 제거한 뒤 운반한다. 이 과정에서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성분이 많아진다. 쫄깃한 활어회와는 달리 선어회는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매력이다.

과거에 민어는 여름에만 먹는 별미였지만 지금은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민어는 알을 낳으려고 7∼9월에 서해 연안으로 모여든다. 기술이 부족할 때는 이때를 기다려 인접 바다에 나가 잡았다. 최근엔 먼바다까지 배를 타고 나가 잡아오기 때문에 사실 제철이 따로 없다.

특히 전남 목포·신안 지역은 여전히 민어의 성지라 부를 만하다. 민어는 살에 수분이 많아 냉동하면 맛이 떨어져 산지에서 먹을 때와 차이가 크다. 목포시는 기차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목포 민어의 거리’도 조성해놨다.

목포시 수강동 ‘청자횟집’은 민어의 거리 초입에 있다. 이곳 대표 메뉴는 전통 방식 그대로 끓여서 나오는 민어탕이다. 고춧가루를 넣어 빨갛게 끓이는 여느 생선 매운탕과 달리 민어탕 국물은 뽀얗다. 그 이유는 민어를 곰탕 우리듯이 7∼8시간 동안 통째로 고아서 만들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민어탕을 만드는 김복자 대표는 “민어는 뼈가 억센 것으로도 유명한데 탕이 완성되면 그 두꺼운 뼈가 손으로 살짝 눌러도 으스러질 정도로 곤다”고 말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민어탕을 한술 뜨니 고깃국을 먹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채워져서다. 탕을 끓일 땐 비린내가 없는 편이라 별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마늘·양파·고추만 넣으면 된다. 여기에 새우젓을 살짝 넣으면 알맞게 간이 돼 맛이 가히 입이 호사스러울 정도다. 민어탕엔 고슬고슬한 흰밥이 어울린다. 한술 말아 떠먹으면 자연스레 힘이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다른 민어 요리에도 젓가락을 뻗어본다. 민어회는 연분홍색을 띤다. 큼직하게 썬 살을 상추·깻잎 속에 넣어 쌈 싸 먹으면 살이 물러 익숙하지 않지만 색다른 맛이다. 새콤달콤한 민어 회무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숭덩숭덩 자른 민어회에 오이·양파·파프리카를 넣어 초장에 버무려 만든다. 민어전은 나오는 순간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노란 계란물 반죽을 입혀 부드러움을 배로 올렸다.

민어의 별미는 바로 껍질이다. ‘민어 껍질에 밥을 싸 먹다가 논을 팔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꼬들꼬들한 민어 껍질은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다. 민어 부레(공기주머니) 역시 미식가들이 꼽는 최고 부위다. 입술에 겉면이 닿으면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속은 쫀득쫀득하고 씹을수록 풍미가 느껴진다. 부레에는 피부 탄력에 좋은 젤라틴과 콘드로이틴이 많이 함유돼 있다. 부레는 맛이 좋은데 5㎏ 한마리에 스무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


< 농민신문 7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