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시설 기준 대폭 강화…영세농 지원 절실
정부,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의무 설치 항목 늘려 부담
전문가 “공공임대 고려해야”


올해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시설 기준이 대폭 강화돼 영세농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AI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가금농가에 ▲외부·내부 울타리 ▲방역실 ▲전실 ▲방조망 ▲폐사체 보관시설 ▲물품 반입시설 등 강화된 방역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2016∼2017년 대규모 발생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24일 기준 전국 100여곳의 가금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상당수 가금농가가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영세농은 비용 부담으로 강화된 시설을 모두 갖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르면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농가는 계열화사업자와 계약조차 할 수 없다”면서 “이럴 경우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영세농은 계약해지 등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오리농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전국 오리사육농장 가운데 76% 정도가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이다. 나머지 농장도 가설건축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오리협회 관계자는 “방역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오리농가 대다수가 영세농인 만큼 시설 현대화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지원책 없이 강화된 방역지침을 밀어붙이면 자칫 산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방역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기반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영세농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농가별 재정 상황이 다름에도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우는 건 불합리하다”면서 “정부의 축사 현대화사업 예산과 기업 지원 등을 활용해 방역시설이 완비된 사육시설을 짓고 이를 영세농에 임대하는 ‘공공임대형 사육시설’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