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방적 살처분 범위 축소 배경은? 달걀값 급상승·농가 거센 반발
살처분 무차별적 집행…달걀값 급상승·농가 거센 반발
생산자단체 잇단 성명 통해 달걀 대량 수입 등 문제 지적
기존 지침 적용농가 해당 없고 한시적 시행…논란 불씨 여전
28일 이후 연장 여부 결정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한시적으로 축소한 것은 3㎞ 이내 예방적 살처분 방침이 과도하다는 가금업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양계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오리협회·축산발전협의회 등 가금 관련 단체들은 지난해말부터 성명서·호소문 등을 통해 정부의 3㎞ 이내 예방적 살처분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펴왔다. 방역효과에 비해 농가·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막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2018년 긴급행동지침(SOP) 개정을 통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존 500m 이내에서 3㎞ 이내로 확대함으로써 살처분마릿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라면서 “무차별적 살처분으로 달걀값이 급등하자 외국산 달걀을 대량 수입하는 정부를 보며 농가들이 허탈감마저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도 “육계는 물론 육용종계까지 무차별적으로 예방적 살처분해 산업 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면서 “비록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이번 정부 발표로 조금은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14일 기준 전국 95곳의 가금농장에 AI가 발생했으며 살처분마릿수는 2800만마리를 넘어섰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2016∼2017년에는 421곳의 가금농장에서 3807만마리가 살처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생농장수 대비 살처분마릿수가 엄청난 셈이다.
또 산란계가 1500만마리 넘게 살처분되면서 지난해 10월 3543원이던 달걀 도매가격(특란 30개 기준)이 10일 기준 5844원으로 64%나 오른 점도 감안했다는 해석이다.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가들의 잇따른 반발도 이번 지침 변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의 한 양계농장이 지난해 12월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됐지만 집행을 거부하고 경기도에 살처분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농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 10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현행 예방적 살처분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연이어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내려진 농장에는 기존 지침이 적용돼 이들 농가들의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고, 기존에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내려진 농장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정부가 2주간 한시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축소하고, 이 기간 위험도평가를 통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 축소를 연장할지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기간 농장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이 많지 않으면 예방적 살처분 범위 축소가 지속되겠지만, 농장 발생이 늘면 발생농장 반경 3㎞ 이내 예방적 살처분 방침으로 되돌아갈수 있다.

<농민신문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