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면 끝장”…차량소독 등 AI 방역 ‘혼신’

천안·아산 AI 방역 현장 가보니 

봉강천 야생조류서 확진 후 거점소독시설 중요성 확대

하천 가깝고 농가 몰려 있어 전국 확산 우려…바짝 긴장

방역담당자, 소독·기록 철저 “빈틈없는 방역 위해 최선”


“‘이 도로가 뚫리면 농장 방역도 끝장’이라는 각오로 방역에 임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8시 충남 아산시 배방읍 갈매리 한 도로 위에 세워진 거점소독시설.

방역복에 야광조끼를 입은 방역담당자 허억만씨(70)는 이른 시간인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이곳을 지나는 축산차량을 소독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고압분무기로 바퀴가 흠뻑 젖을 정도의 소독약을 뿌린 다음 소독실시기록부에 차량번호와 목적지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 사이 축산차량 운전자는 대인소독기에 들어가 소독약으로 에어샤워를 마쳤다.

차량 한대를 소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매뉴얼대로 진행되는 소독작업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지만, 이를 수행하는 방역담당자의 모습에선 긴장감이 팽팽했다. 인근에 있는 봉강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이곳 거점소독시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방역담당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이다.

허씨는 “하루에 이 도로 위를 지나가는 축산차량이 40대 정도인데, 이들 차량은 가깝게는 경기지역, 멀게는 강원·전북 지역까지 전국 각지의 농장으로 향한다”며 “이곳의 방역망이 무너지면 전국 곳곳으로 AI가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 한순간이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설명을 하면서도 소독약을 희석시킬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소독실시기록부는 제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삼엄한 분위기는 같은 날 오전 10시 방문한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의 통제초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통제초소 주변 바닥엔 하얀 눈이 내린 듯 생석회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이곳의 방역담당자들은 축산차량이 올 때마다 가장 먼저 소독필증을 확인했다. 소독필증이 없는 차량은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다. AI 특별방역대책기간(10월∼이듬해 2월)에 맞춰 이달초 마련된 이 초소는 양계농가들이 모인 용정리 축산단지에 출입하는 축산차량을 소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필증을 받은 축산차량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소독을 거쳐야 농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역담당자 맹주환씨(57)는 “양계농가들이 몰려 있어 한곳에서라도 AI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다른 농장으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며 “농장 인근에 철새도래지인 풍세천이 있는 만큼 더욱 빈틈없는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제초소 인근에서 만난 한 양계농가는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부쩍 방역에 신경 쓰며 조심하고 있다”면서 “농가와 축산 관계자들이 방역에 혼신을 다하는 만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AI가 발생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