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값 하락…계열화업체 부채질

시장점유 유지 위해 생산 늘려 공급과잉 연말까지 이어질 듯 

경영악화 땐 사육수수료 내려 농가 타격 불가피…수급조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닭고기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계열화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육계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 평균 위탁생계가격(업체에 소속된 농가의 납품가격)은 1㎏당 133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394원보다 4.5% 낮다. 생계유통가격(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농가의 산닭 거래가격)은 827원으로, 육계 생산비(1㎏당 1217원)보다 무려 32%나 낮다.

산지값 약세는 소비 감소와 공급과잉이 겹친 결과다. 코로나19로 급식 수요가 줄면서 소비가 예년보다 감소한 반면 공급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들어 심화된 업체들의 ‘치킨게임(끝장 승부)’이 육계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점유율 중위권에 있는 업체들이 도계라인을 증설하며 생산량을 늘렸고, 상위권 업체들도 기존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 지난해보다 도계마릿수를 5~10%씩 늘렸다”며 “대다수 업체는 경영난을 걱정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도태하는지 눈치를 보며 선뜻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육계는 공급과잉 상태다. 올 1~5월 육계 도계마릿수는 3억3862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1796만마리보다 6.5% 증가했다.

공급과잉은 여름철 닭고기 성수기를 거쳐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9월 육계 사육마릿수를 지난해 같은 달의 8853만마리보다 1.9% 증가한 9021만마리, 12월엔 1.5% 많은 9007만마리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헐값 판매로 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되면 자칫 농가에 주는 사육수수료를 낮추거나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14년 경쟁에서 밀린 한 업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소속 농가들이 수수료를 받기 위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산지값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반 농가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민희 농경연 연구원은 “4월 들어 일부 업체가 육용종계를 도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실정”이라며 “자체적으로 입추량을 조절하는 등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민신문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