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한우·돼지 웃는데…육계만 ‘울상’

한우·돼지고기 반찬 활용 쉬워 

육계, 식당·학교급식 수요 급감 도계량 증가도 한몫…대책 필요


한우·돼지고기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육계값은 약세를 면치 못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1~15일 기준 계열화업체에 소속된 농가의 생계납품가격인 위탁생계가격은 1㎏당 132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1원보다 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육계 생계유통가격(계열화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농가가 산닭 형태로 거래하는 가격) 역시 1377원에서 893원으로 35% 떨어졌다.

두 가격 모두 생산비(2018년 기준 1㎏당 1262원)에 크게 못 미치거나 언저리를 맴돌며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한우·돼지고기 경락값이 강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된다.

5월1~15일 한우 지육 평균 경락값(등외 제외)은 1㎏당 2만37원으로, 축평원에서 199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월평균 가격인 4월 1만9748원을 넘어섰다. 돼지 지육 평균 경락값(탕박 기준, 등외 제외) 역시 지난달 1㎏당 4286원에서 5월1~15일 5037원으로 18% 뛰며 5000원대에 들어섰다.

한우·돼지와 육계 사이에 희비가 갈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조리가 간편해 반찬으로 활용도가 높은 한우·돼지고기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식 수요 증가의 혜택을 본 반면, 육계는 식당 수요 급감과 개학 연기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치킨을 배달해 먹는 수요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체 유통량의 40% 정도로, 가격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계열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우·돼지고기는 불고기나 주물럭처럼 미리 양념이 돼 있어 소비자들이 굽고 볶기만 하면 되는 메뉴가 꽤 있다”며 “반면에 닭고기는 주로 한마리 단위로 소비돼 세척 같은 조리과정이 한단계 더 필요하다보니 가정식 수요 증가에 한계가 있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도계량 증가도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15일까지 육계 도계량은 3억395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7877만마리보다 9%나 뛰었다.

업계에선 육계 산지값 약세가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 경영상 어려움을 느낀 계열화업체들이 사육 수수료 지급을 늦추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은 “육계업계에 불황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만간 업체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을 함께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민신문 5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