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ㆍ생닭 판매 반토막 … 업체 부도ㆍ점포 영업중단도
AI가 서울까지 퍼진 가운데 7일 홈에버 상암점 육류코너에 AI로 인해 계육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이승환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에까지 상륙하는 등 AI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닭고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와 치킨 점포의 닭고기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일부 영세 유통업자나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닭고기 업체는 부도를 냈고,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생닭 판매를 중단하는 대형마트가 나타나는 등 닭고기 시장은 급격히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 대형마트 50% 매출 감소
=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닭고기 매출은 AI 발생 전과 비교해 대부분 50% 이상 떨어졌다.
이마트는 지난 5~6일 닭고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고 7일 밝혔다. 롯데마트도 5~6일 매출이 전월보다 53%가량 줄었다. 계육 담당 바이어들은 서울까지 AI가 상륙해 매출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닭고기 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병수 롯데마트 계육MD(상품기획자)는 "이미 살처분된 닭 숫자가 AI 피해가 컸던 2003년의 450만마리를 넘어 650만마리에 이르렀다"며 "사료값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까지 겹쳐 본격적인 수요가 일어나는 시점인 7월에는 가격이 20~30% 이상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홈에버는 생닭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홈에버는 서울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7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생닭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전국 35개 매장에서 생닭 제품을 철수했다. 그러나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은 아직 생닭 판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닭고기ㆍ치킨 업체 고사 직전
= 닭고기 가공ㆍ유통 업체들과 치킨 업체들은 고사 직전으로 몰리는 가운데 부도를 내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전라북도 5위권 닭고기 유통업체인 우림인티그레이션은 사료값 상승에 AI까지 겹쳐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달 22일 부도를 냈다.
우림인티그레이션 측은 "사료값이 올라 경영난이 심화된 데다 AI 여파로 판매가 급감해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생닭 판매 업체인 하림과 마니커 매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하림은 5월 매출이 전년보다 35%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변부흥 하림 상무는 "지난달 25일부터 AI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며 닭고기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는데 다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삼 마니커 부장은 "공장이 경기도 동두천이라 AI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전체 시장이 위축돼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어린이날 전후가 1년 중 최고 성수기인데 혜택을 못 봤다"고 했다.
주요 닭고기 업체 중 하나인 체리부로도 매출이 50%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체리부로 측은 "사료값이 80% 가까이 올랐고 AI로 매출이 뚝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망하느냐가 관심거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BBQ나 네네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매출도 크게 감소했다. 얼마 전까지는 30%가량 매출이 줄었어도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만 6일 이후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위기 상황에 처했다.
영업을 잠시 중단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상계동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이희진 씨는 "얼마 전까지 매출이 30~40% 떨어졌는데 서울 AI 소식이 전해진 6일 이후에는 50%나 판매가 줄었다"며 "동네 치킨 판매점 중에는 아예 며칠씩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곳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닭고기와 치킨 관련 업체들은 AI 위험이 있는 닭이 판매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 심시보 기자 /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