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ㆍ오리 접촉 피해라…익혀 먹으면 안전 기침ㆍ고열 있어도 가금류 접촉 없었다면 다른 질환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상륙함에 따라 보건당국이 서울 의료기관에 AI비상경계령을 내렸다. 7일 질병관리본부는 고열 기침 인후통 등 조금이라도 AI 인체 감염 증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해 달라고 서울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서울 광진구청 동물사육장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 'H5'형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드러난 닭과 꿩은 물론 인근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하는 각종 조류 등과 접촉한 적이 있으면 각별히 주의해서 증상을 관찰하고 AI가 의심되면 신속하게 보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AI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청과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에 조류가 살처분되기 직전인 5일(어린이날)에만 50만명이 다녀갔고 조류와 함께 사진을 찍는 공식행사도 열렸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초긴장하는 것은 AI 확산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AI는 시기적으로는 추운 겨울에, 공간적으로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 농장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에 비해 이번에 유행하는 AI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농촌지역을 넘어 대도시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편 서울 광진구에서 발병한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으로 확진됨에 따라 구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광진구보건소에 따르면 열이 나는 등 의심스러운 증세가 보인다며 AI 감염인지 확인하려는 주민들의 상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7일 "보건소 상담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ㆍ임상조사 등을 해본 결과 아직까지는 AI 의심환자로도 분류되지 않는 경우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I에 감염됐을 때 증상과 감염 예방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I에 감염되면 고열ㆍ기침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닭 등 가금류를 익혀 먹고 살아 있는 가금류나 야생조류와 접촉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 손의 청결을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 AI는 닭 등에 감염되는 질환 = AI는 주로 닭이나 오리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을 말한다. 주로 철새의 배설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이 잦다. 문제는 철새들이 AI에 감염돼도 저항성이 있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 AI가 전파되면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135종에 달하는 AI 혈청형 가운데 H7N7, H5N1, H9N2 등의 '고병원성'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 중에서도 2003년 겨울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H5N1인플루엔자는 1997년에도 홍콩에서 인체 감염을 일으켜 18명이 감염되고, 이 중에서 6명이 사망했다. 아직까지 AI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양계업 종사자와 같이 닭ㆍ오리 등과 밀접한 접촉을 하는 사람들이고 가금류를 먹어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 또 인간 대 인간을 통한 전염 케이스도 보고되지 않았다. ◆ 처음에는 독감 증상과 비슷 = AI에 감염되면 감기나 일반적인 독감에 걸렸을 때와 비슷하게 고열이 나면서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일주일 이내에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와 접촉하지 않았다면 고열 등이 있어도 AI를 의심하기보다 다른 질병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하지만 가금류 접촉 사실이 있다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 예방 위해서는 익혀 먹어야 =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AI 바이러스는 죽기 때문에 닭이나 오리를 충분히 익혀 먹으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 AI 인체 감염은 조류 분비물을 직접 만질 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요즘 같이 AI가 유행하는 시기에 살아 있는 가금류나 야생조류와 접촉은 조심하는 게 좋다. 또 손 등을 자주 씻어 청결을 유지하고 자주 환기할 필요도 있다. 물론 흡연과 음주를 자제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영양이 풍부한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이 중요하다.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사육한 양계업자나 도살 처분 종사자들은 AI 바이러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AI 감염 위험이 높은 만큼 특별한 방역관리와 조치를 받아야 한다.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