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미 쇠고기 파문이 남긴 교훈 - 기자, 2008-05-21 오전 11:14:51 ▲ 본지 황창연 발행인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한미 양국의 쇠고기 협상 협의문에 명문화하는 것으로 광우병 파동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직도 `전면 재협상'이라는 당초의 주장을 고집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광우병 공포를 다소나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광우병위험물질(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이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한국 검역 당국이 수입위생조건 제23조(반송 및 검사비율 증대)와 제24조(2회 위반 시 검역 중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한 것도 때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지난달 18일 한미 양국이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타결짓자 마자 "일방적으로 내주기만 한 협상 결과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고 질타한 바 있다. 특히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해도 우리가 수입 및 검역 중단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없다는 조항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전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해서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 놓고 이제 와서 전염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수입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밖에 안 된다. 미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에 SRM 관련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SRM에 포함되는 30개월령 이상 소의 척추 횡돌기 및 측돌기와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수입 금지 품목에는 왜 빠졌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니 뭐니 하는 군색한 변명으로는 성난 국민정서를 결코 누그러뜨릴 수 없다. 게다가 오역(誤譯) 파동까지 빚었으니 국가 대 국가 간 협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낯 뜨거운 게 한미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다. 어차피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이라는 건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다. 세계 117개국이 수입하고 그 중 96개국은 아무 제한도 달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만 언제까지나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우리처럼 수출로 벌어 먹고 사는 나라가 미국의 막대한 통상 압력을 견뎌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세계에서 제일 비싼 쇠고기를 먹는 우리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도 문을 열어주는 게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상 대표들이 이렇게 엉터리 협상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른바 `광우병 괴담'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없고 국민에게 과장된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국민적 저항이 없었다면 이런 불평등 협상이 그대로 통용됐을 게 분명하니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렇게 허수룩한 정부를 믿고 따라야 하는 국민은 심정이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광우병 파동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의 '쥐꼬리만한 선심'에 우쭐하지 말고 협상력을 최대한 키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 식품환경신문.푸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