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축산업 결산(하)혼선만 가중시킨 방역 대책
구제역 ‘물백신’ 의혹…정부, 백신 늑장교체 빈축
바이러스 유입경로 파악 못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내내 축산농가들을 긴장시켰다.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해를 넘겨서도 진정되지 않다가 올 4월 이후에야 비로소 잠잠해졌다. 이 기간 동안 구제역 발생건수는 돼지 180건, 소 5건 등 모두 185건으로, 총 17만마리(소·사슴 77마리 포함)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오랜 기간 구제역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의 방역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가장 먼저 백신 효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신 항체양성률이 100%인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당시 사용 중이던 메리알사의 O형 백신(O Manisa)이 ‘물백신’이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방역당국은 결국 기존 3가백신에 ‘O 3039’ 백신주가 포함된 새로운 백신을 긴급 수입, 3월부터 공급했다. 그러던 중 4월엔 국제구제역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가 기존 구제역 백신과 국내 발생 구제역 바이러스의 백신 매칭률(적합도)이 매우 낮다는 결과를 통보해 큰 논란을 불렀다. 그동안 기존 백신접종으로는 구제역을 차단할 수 없다는 농가 측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었다.
기존 구제역 백신에 이어 신형 백신의 효능도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방역당국은 2010년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분리해 만든 ‘OSKR 7/10’ 백신을 수입해 7월부터 시범적으로 보급했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순 없었다. 이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구제역 관련 자체 검사에서도 논란이 돼 관련 공무원 32명이 징계에 회부되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사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농가와 전문가들은 구제역 재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선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됐는지, 국내에서 상존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는지 등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원인은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AI 또한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AI 발생 주범으로 철새와 쥐·잔반 등을 지목하자 책임 떠넘기기라는 농가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올 9월 전남 나주에서 재발생한 AI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나타나다가 11월 이후 잠잠해진 상태다. 이 기간 발생건수는 총 17건으로 닭 155마리, 육용오리 27만5865마리 등 모두 27만6000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발생농가 가운데 재발생 농가가 다수 포함돼 있어 현재 AI 방역정책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농민신문 12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