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업체-사육농가 분쟁조정위원회 ‘유명무실’

계열업체-사육농가 분쟁시 회부과정 복잡, 기간도 길어
법적 강제성 없어 문제제기 농가만 되레 퇴출 피해까지

계열업체와 사육농가의 분쟁 발생 시 조정기능을 하는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고, 오히려 농가에 피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계열화사업자와 계약 농가 간의 최종 분쟁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분쟁조정위원회는 2013년에 축산계열화사업 시행과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설치됐다.

농가는 계열업체와 분쟁 발생 시 소속 업체의 계약사육농가협의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고 시·도지사가 분쟁 조정을 하게 된다. 여기서 미 합의 시 축산단체에 설치된 축산계열화사업협의회가 사전 조정과 협의를 진행하는데, 계열화사업자나 계약농가가 조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 최종으로 농식품부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다.

하지만 농식품부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되는 과정도 복잡하고, 기간도 100여일이 걸리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이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농가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속사정이 이렇다보니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지난 2년 동안 단 한 건의 분쟁조정 신청만 회부됐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계열화사업자가 분쟁조정 신청을 한 농가와 재계약을 하겠나.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일 처음 회부된 농가는 지금 육계사육을 하지 않고,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다”며 “첫 분쟁조정 케이스부터 잘못되니 분쟁이 발생한 농가들이 분쟁조정 신청을 하지 않는다. 분쟁조정 자체가 농가에게 주홍글씨처럼 작용해 업계에서 퇴출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에서도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는 탓에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모범계열화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계약농가의 분쟁조정 신청이 3회 이하일 것’이라는 선정기준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분쟁조정위원회가 자주 열리지 않는 게 계열화사업이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농식품부의 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한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형식적인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이 아닌, 농식품부가 사육 농가의 신분을 보장하며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형식적인 분쟁조정위원회는 계열업체에서 대응이 가능하기에 농가만 업계에서 퇴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며 “미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농가를 조사하되, 신분을 보장하고 있어 계열화사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농가의 신분보장을 하며 의견을 수렴해야 계열화사업이 건강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농어민신문 11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