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3월13일자 (제2608호)
육계업계, 수급 조절 골머리
공급 과잉에 AI 악재 겹쳐
오리보다 살처분 많지 않고
소비 크게 줄어 재고 눈덩이
농가 입식 최대한 자제를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육계업계가 수급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이미 올해 1분기 공급 과잉이 예상된 가운데 AI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 감소로 인해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농가 수익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 시기를 3달가량 남겨 놓은 시점에서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올해 농가 경영 개선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I 발생 이후 육계 및 토종닭의 재고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로 인해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전체 사육수수에 비해 많지 않을뿐더러 AI 발생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소비 자체가 대폭 줄면서 주요 계열업체들이 비축을 하는 것 외에 생산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 육계 시장의 공급 과잉이 예견돼 왔는데, AI라는 악재를 만나 공급 과잉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AI 발생 이후 닭고기 비축 물량이 2.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말 현재 국내 주요 계열업체들의 재고 물량은 1000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AI 이전 수준에 비해 3배 증가한 수치다.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농가 적체 물량도 1000만수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토종닭업계도 AI 발생에 따른 소비 급감 및 산닭 시장 판매 제한 등으로 인해 판로가 막히면서 산지 생산 물량이 남아도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겨울을 나면서 닭들의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수급 문제 해결이 당장 발등에 떨어졌다. AI로 인해 살처분, 출하 지연, 입식 지연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농가 수익이 크게 줄었고, AI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복 시점도 3달여를 앞두고 있어 수급 불안이 계속될 경우 농가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육계업계에선 일부 계열업체에서 종란 400만개를 폐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부에서 입식 과열 조짐이 이는 등 병아리 가격이 800원대로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계육협회와 양계협회에선 농가들이 입식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계열업체에서 경영 여건상 입식을 요구하고 있어 공급 과잉 상태에서 입식 과열 양상이 일어나는 웃지못할 상화이 나타나고 있다”며 “AI로 인해 산업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수급 문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입식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종닭협회에선 조만간 종란 100만개 이상 폐기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생산 물량이 많은데다 산닭 판매가 줄고 소비까지 둔화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 시점을 기해 수급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종란을 대량 폐기하겠다는 생각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종계 감축 등으로 물량이 줄어들다 입식이 많아지면서 올해 상반기 공급 과잉이 예상돼 왔는데 AI까지 겹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현재 수급 문제가 얼마나 안정될지 여부가 하반기 농가 수익 개선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