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5월6일자 (제2526호)

육계조합 2년 만에 해산 위기
 
 
대한육계축산업협동조합(육계조합, 조합장 이홍재)이 설립 2년여 만에 사실상 해산 위기에 봉착했다. 육계조합은 농협 목우촌과의 연계를 통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조합 활동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로, 조합 내부에서 자진 해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발기인대회에 이어 2011년 초에 공식 출범한 육계조합은 농협 목우촌과 연계해 수평 계열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면서 설립, 육계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충남과 전북, 전남 일대의 농가들이 참여해 조합원 숫자가 350명가량을 넘어섰고, 농협 목우촌도 협력 사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육계조합은 민간 기업 중심의 육계계열화사업 구조 속에서 계약 사육농가들이 계열업체의 소작농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생산농가들 스스로 협동조직을 결성해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겠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자발적 움직임은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지도 못한 채 내부에서 자진해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홍재 조합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합을 준비하고 만든 지 3년이 지났지만, 형태만 조합인 상황으로 현재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 내부에서 자진 해산 목소리가 나왔고, 최근 이사회에서 이 부분이 집중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합 내부에선 힘든 여건 속에서 설립된 조합인 만큼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존 전략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계조합은 당초 농협 목우촌을 사업 파트너로 삼아 계통 출하를 통해 조합 활동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로 인해 현재 3%대 수준인 목우촌의 시장 점유율을 향후 10% 이상을 끌어올릴 경우 다른 수직 계열화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때문에 전국 단위의 육계조합으로서는 경남과 전남 등지의 조합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남부 지방에 1~2개의 거점 도계장 건립해 줄 것을 목우촌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목우촌 측이 거점 도계장 건립이 아닌 기존 음성에 위치한 도계장의 도계 라인을 1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움에 따라 조합의 설립 취지를 살릴 수가 없었고, 지난 2년여 동안 조합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홍재 조합장은 “설립 당시 목우촌에서 거점 도계장 설립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건립 추진 과정을 감안할 때 2~3년 정도면 사업이 상당 부분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거점 도계장 건립 계획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조합 사업계획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거점 도계장 건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상황인데다, 지금 건립이 추진된다고 해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조합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향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합의 거취를 결정하겠지만, 자진 해산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도 해산 절차를 밟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만약 육계조합이 해산되면 향후 육계 분야에서는 생산자 중심의 조합이 세워지기는 어려운 여건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목우촌 관계자는 “거점 도계장이 장기적인 발전 계획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이 3%대 수준인 상황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거점 도계장을 건립하는 부분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현재 증설 계획에 있는 도계라인을 육계조합이 이용하는 방안 등을 조합 측과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육계약이라는 것은 농가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강제할 수 없다”며 “해산보다는 조합 자체사업으로 사료구매나 공동출하 등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육계조합은 오는 5월 말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해산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고성진 기자(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