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쇠고기 긴급수입제한조치, 27만t은 수입해야 발동 가능
한미 FTA 협상이 비준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한미 FTA가 본격 발효되면 특히 우리 축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번 비준을 계기로 한미 FTA 협상 내용(축산분야) 및 정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예상 피해규모 등을 살펴본다.
>>쇠고기
피해액 3조원…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움직임도
협상결과
한미간 FTA 양허 내용은 15년 동안 40%의 관세를 연차적으로 낮춰 결국은 철폐하는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이 늘어 국내 소 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면 우리 정부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ASG는 협정 발효 15년차까지만 가능하며, ASG를 발동하면 5년차까지는 100%, 6~10년차에는 75%, 11~15년차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ASG를 발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SG를 발동하려면 1년차의 경우 쇠고기 수입량이 27만톤에 달해야 하고, 2년차엔 27만6천톤, 3년차엔 28만4천톤 등 매년 6천톤씩 수입량이 늘어 15년차에는 35만4천튼을 웃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것은 2002년 22만톤가량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직전인 2003년엔 19만9천톤을 수입했다. 이 뿐만 아니라 육우(40%)와 족·꼬리 등 식용설육(18%), 쇠고기 가공품(72%)의 관세도 15년에 걸쳐 완전 철폐된다. 관세는 족·꼬리 등 식용설육은 해마다 1.2%씩, 쇠고기 가공품은 해마다 4.8%씩 줄어 15년에 걸쳐 없어진다.
예상되는 피해
기획재정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발효로 쇠고기 관세가 모두 철폐되는 15년 동안 생산 감소금액 합계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앞으로의 쟁점 핵심은 양국이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이다. 미국이 양국의 자유로운 무역을 위한 FTA 발효를 계기로 현재 민간자율규제(QSA)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양국이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양국 중 한쪽이 수입위생조건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해 협의를 요청하면 이에 응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명시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발동요건 물량이 27만t으로 지나치게 많은 쇠고기에 대한 ASG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육류의 원산지표시 적용기준을 가축 사육국이 아닌 도축국으로 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미국이 멕시코 등으로부터 생우를 들여와 100일 이상 사육해 도축하면 우리는 이를 미국산 쇠고기로 인정해 관세상의 혜택은 물론 위생검역도 문제다.
>>낙농품
무관세 물량 과다…피해액 5천억원 달해
협상결과
관세가 176%인 탈지분유·전지분유와 89%인 연유는 현행관세를 유지한다. 이들 3개 품목의 무관세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5천톤이 제공되며, 해마다 복리로 3%씩 연한 제한 없이 증량된다. 이와 함께 혼합분유(관세 36%)는 10년 후, 조제분유(관세 36~40%)는 무관세 TRQ 물량 700t을 제공(연 복리 3% 증량·연한 없음)하고 10년 후 관세가 철폐된다. 유당(관세 49.5%)은 5년 후 관세가 없어진다.
치즈는 체다치즈(관세 36%)가 10년 후 관세가 철폐된다. 체다 이외의 치즈(관세 36%)는 15년 후 관세가 철폐되며 무관세 TRQ 물량 7천t을 복리로 3%씩 증량해 연한 없이 제공한다.
밀크와 크림(관세 36%) 가운데 지방함량 6% 이하 상품은 15년, 지방함량 6% 초과 크림은 12년 후 관세를 철폐하며 지방함량이 6%를 초과하는 냉동크림은 10년 후 관세를 없앤다.
10년 후 관세 89%를 철폐하는 버터는 무관세 TRQ 물량 200t을 연 복리 3%씩 늘려 연한 없이 제공한다. 유장(관세 49.5%)도 식용은 현행 양허관세 20%를 기본으로 무관세 TRQ 물량 3천톤을 9년 동안 제공(연 복리 3% 증량)하고, 10년 후에는 관세를 철폐한다. 사료용 유장은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예상되는 피해
기획재정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낙농부문 피해의 경우 관세가 모두 철폐되는 15년간의 합계가 5천3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 추정은 무관세 TRQ 물량 제공을 감안하지 않은 추정이라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낙농부문은 탈·전지 분유의 현행 관세 유지와 수입물량이 많지 않은 밀크와 크림(지방함량 6% 이하), 체다 이외 치즈가 최장 15년의 철폐 기간을 확보했음에도 과다한 무관세 TRQ 물량 제공으로 사실상 첫해부터 관세없이 수입을 맞게 될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인 것.
또 치즈·버터·유장 등에도 제공한 낙농품 무관세 TRQ 물량은 모두 1만5천900톤에 이르고 해마다 3%씩 복리로 증량하는 동시에 버터·유장을 제외하고는 연한도 제한이 없어 FTA 발효 첫해부터 사실상 관세를 완전 철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돼지고기
냉장육 관세 ’14년 완전폐지…피해액 2조4천억원
협상결과
냉장육(도체와 이분도체, 앞·뒷다리)의 관세 22.5%가 단계별로 감축된 후 2014년 1월1일에 완전 폐지된다. 냉동육의 관세 25%의 완전폐지 시점은 당초 2014년에서 2016년 1월1일로 2년 연기됐다. 식용설육(18~30%)과 돼지고기 가공품(27~30%)의 관세는 2014년에 폐지된다. 다른 품목과 달리 냉장·냉동육(냉장삼겹살과 갈비·목살 제외)의 관세 폐지 시점을 각각 2014년과 2016년으로 못 박았다.
냉장삼겹살과 갈비·목살의 경우 협정 발효 후 10년 내에 관세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이 기간 동안에는 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ASG 발동 물량기준은 협정 발효 첫해는 8천250톤이며, 매년 복리로 계산해 6%씩 늘어나 10년차에는 1만3천938톤이 돼야 한다. ASG 발동시 세율은 5년차까지는 현행 관세를 적용하지만, 이후부터 일정 비율로 삭감돼 10년차에는 50% 수준으로 낮아진다. 소시지에 붙는 18% 관세는 협정 발효 5년 후 관세가 폐지된다.
예상되는 피해
기획재정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돈분야 피해액은 FTA 발효 후 5년차에 연간 1천640억원, 10년차에는 2천6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돼지고기 관세가 단계별로 폐지되면 미국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산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닭고기·오리고기·계란
닭고기 12년뒤 관세 철폐…1조1천600억원 피해
협상결과
통닭에 현재 부과되고 있는 18~20%의 관세가 12년 후에 철폐된다. 냉동상태로 수입되는 가슴살과 날개 등도 12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냉장닭고기(현행 관세 18%)와 냉동육 가운데 닭다리 및 기타 절단육(20%), 닭 가공품(30%)은 10년 후에 관세가 철폐된다.
현행 41.6%의 관세가 부과되는 달걀과 27%의 관세가 적용되는 전란액(껍데기를 제거한 액체 상태의 달걀)은 15년 후 관세가 철폐된다. 난황(노른자, 현행 관세 27%)은 12년, 종란(27%)은 10년, 난백(흰자)은 5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미국산 오리고기도 냉장육은 10년, 냉동육은 12년 후 관세(18~22.5%)가 철폐된다. 칠면조고기(18%)도 7년 후 관세가 없어진다.
예상되는 피해
기획재정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로 닭고기 생산액 감소효과는 이행 5년차에 589억원, 10년차에는 1천87억원에 달하고, 이행 15년차까지 모두 1조1천557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산 닭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그만큼 국내 닭고기 생산농가들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난가공품도 국내산의 생산원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수입량이 급증해 규모가 영세한 국내 난가공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