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2월3일자 (제2309호) | |
축산업을 이끄는 CEO <1>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
“농업미래 선도하며 농가와 동반 성장” | |
축산업계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축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CEO와 지도자들에게 국내 축산업의 방향과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을 만났다. | |
-“경제학적으로 플라잉 기스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기러기의 비행형태를 빗댄 모델인데, 쉽게 말해 앞서가는 기러기는 바람의 저항이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하림그룹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시장을 이끄는 선두 기업은 많은 저항을 받고 연구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일본의 축산업계를 보면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닭고기 시장을 외국 기업이 30%를 점유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장이 없고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림그룹은 국내 닭고기 시장의 27%를 차지하면서 시장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750개의 제품을 개발하고 10년간 약 650억원을 홍보에 투자했다. 이는 국내 닭고기 소비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다. 축산업계에서는 하림이 성장하면 다른 업체들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다. 선두 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면 후발 기업들은 손쉽게 따라올 수 있다. 지난 10년간 자료를 분석해 보니 하림이 연간 11% 성장할 때 다른 업체들은 많게는 95%까지 성장했다. 결국 동반 성장한 것인데 하림이 유독 지탄을 받는다. 결국 선두 기업은 주목도 많이 받지만 시장에서의 집중견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두 기업이 시장 개척비용과 위험부담 등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반드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를 경영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후발 주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생각지 않고 질투와 시기를 보내는 것은 많이 안타깝다.” 닭고기 시장 확대 위한 연구개발이 성장 밑거름 ‘에코캐피탈’ 업무 개시…농가 시설개선금 지원 선두주자로 시장개척비용·위험부담 감수 마땅 ▲하림그룹이 에코캐피탈이라는 신용업무를 시작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많다. -“하림은 사육농가에 대한 철학이 있다. 업계의 농가 소득 1위와 하림과 거래하는 농가는 절대 도산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3년 전부터 거래 농가들의 병아리가 폐사하면 절대 변상을 시키지 않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가들의 불만은 있다. 불만의 원인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하는 농가와 최신 시설을 갖춘 농가와는 당연히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미국의 ‘팜 크래딧’ 제도를 벤치마킹한 에코캐피탈의 설립이다. 농가들이 시설을 개선하려고 해도 담보가 있어야 한다. 정부지원금도 담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협에서 담보를 받으려면 감정가의 40% 밖에 쳐주지 않는다. 이를 하림이 해결해 주려는 것이다. 농가에 담보 없이 신용으로 7%대의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러면 농가들이 우선 공사를 시작하고 농장을 담보로 정부지원금 받고 그 지원금으로 상환하는 제도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자금을 먼저 집행해 주는 것이다. 농가들이 일반 신용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8% 이상의 이자를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렇게 시설을 개선하면 생산성이 높아져 사실 투자 대비 수익률은 14~20%까지 향상된다. 이 시스템을 돼지에까지 확대하려 하고 이미 자금을 신청한 대기자가 상당수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농가를 장악하려 한다는 오해가 있다.” ▲축산업계에서 하림에 대한 기업적 정서가 좋지 않다. -“하림이 닭고기 계열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오해가 있다. 마치 큰 수익을 내고 농가들을 착취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닭고기 계열화 사업은 이익률이 매우 적다. 다른 제조업의 이익률 평균이 5.5%이고 식품은 3.5%에 해당하는데 닭고기는 1.7%에 불과하다. 이 수익률로 제품개발에 필요한 연구에 투자하고 닭고기 소비를 위한 홍보에 투자했다. 여기에 기업의 가치인 사회환원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하림이 농가를 착취해서 기업만 배불린다는 오해는 자료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하림의 경영 원칙은 상생이다. 기업만 수익을 내는 것을 절대 탐하지 않는다.” ▲안성에 설립하려던 식육센터가 문제가 됐다. 대형패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계획이 무산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 민심의 갈등이 이유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소수가 있더라도 지역사회의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구태여 강행할 이유가 없겠다 싶어 포기를 했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성장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양돈산업은 그 부분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다. 생산단계에서 비용이 많이 차지하는데 60%까지는 경쟁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 40%는 품질이 좌우한다.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 품질을 만드는 것은 최고의 도축·가공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단순한 도축장의 기능이 아니라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육성해 소비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닭고기처럼 시장 점유율과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러면 양돈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00억원을 투자해 도축장을 짓는 곳이 국내 기업에서 가능하겠나. 이것은 하림의 수익창출이 아니라 산업의 선두 기업이 양돈산업을 안정화 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 부분을 하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안됐다. 패커는 농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판매하는 조직이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대형패커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서로 경쟁하는 구조다. 누가 자본을 투자하고 어느 나라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가와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을 주느냐에 관심이 몰려 있다. 협동조합이 해야 육성되고 일반 기업은 안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제스프리는 협동조합에서 시작해 조합원이 주주가 된 주식회사가 됐다. 유럽의 협동조합이 정답이라고 하는데 협동조합도 경쟁력이 없으면 무너진다. 농가와 소비자에게 누가 경쟁력이 있느냐의 문제이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문제가 아니다.” ▲농업경영인 출신의 기업가로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다. 앞으로의 소신은. -“농업을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농가가 피해를 본다. 사람들은 현상을 보지만 기업의 경영은 미래를 봐야 한다. 그동안 옳은 얘기를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지 않고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렇다고 후퇴하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옳은 길을 제시하고 길을 터줘야 한다. 하림은 그동안 많은 시기와 모함을 받아 왔지만 묵묵히 걸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개적으로 토론을 요구하면 토론도 하고 자료가 필요하면 다 공개하겠다. 그것이 하림의 경영철학이고 농가들과 동반 성장한다는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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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kimym@agrine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