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34)에겐 다른 말보다 ‘파이터’ 라는 말이 어울린다. 탄탄한 몸매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그리고 도전 앞에 당당한 모습이 그렇다.
그는 “매일 매일이 도전이자 실패다. 세상 앞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며 당찬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려운 질문엔 “못 알아들었습니다. 뭐라고요?” 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귀여운 구석도 보였다.
올 6월엔 ‘두개의 혼’이란 자서전을 냈고, 지난 7월부터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격인 UFC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 제2의 날개짓을 준비하고 있는 ‘진짜 남자’ 추성훈을 만났다.
삼계탕은 가슴 찡한 기억
“삼계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죠. 전복삼계탕은 처음 먹어봐요.”
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국물을 몇 모금 떠먹더니 “역시 삼계탕은 뭘 넣어도 맛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잠시 후 그는 “삼계탕을 먹을 때마다 가슴 찡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재일교포 4세로 유도선수였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꾸준히 유도를 했었던 그.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1998년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파벌주의’와 ‘기계적인 훈련방식’에 부딪혀 꿈을 접었다. 결국 2001년 9월, 일본 국적을 얻기위해 다시 대한해협을 건넜다.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 1년만인 2002년. 추성훈은 유도 일본 국가대표(82㎏급)가 되어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4년 전 자신이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 곳이지만,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가슴에 단 그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컸고,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숙소에 자리 잡은 첫날이었어요. 부담감과 긴장감에 축 쳐져 있었죠. 마침 숙소 밑에 삼계탕 집이 있어 먹었는데 국물이 너무 맛있는 거에요. 기운이 팍팍 솟았다고나 할까요? 일본선수들까지 데리고 가서 먹었어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삼계탕 덕
추성훈은 꿈이 좌절된 한국에서 ‘멋지게 우승하리라’며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3일간 삼계탕만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담백하고 들쩍지근한 국물의 효과는? 한국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생각만큼 기쁘지만은 않았다. 시상식 때 우연히 자신을 가르쳐 준 부산시청 코치와 눈이 마주치면서 예전의 아픔이 떠올랐다.
“우승하면 기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울컥 하더라고요. 입은 웃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그런 거 아시죠?”
그는 금메달을 따게해준 삼계탕의 공로(?)를 잊지 않고 일본에 돌아가서도 자주 사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의 그 맛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 삼계탕은 국물이 연하고 아무 맛이 없어요. 구수하고 몸이 뜨뜻해지는 이 느낌은 한국 삼계탕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선수라고 운동만 하란 법 있나요?
추성훈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고운 시선과 곱지 않은 시선. 도전 앞에 굴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나가는 모습에 ‘최고다’며 찬사를 날리는 반면, 일본과 한국사이에서 ‘적절한 이득만 취하는 사람’ 이라며 쓴소리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오히려 “어떻게 24시간 운동만 하냐”고 받아친다. “선수도 사람이예요. 운동은 직업이지만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예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영화 보는 것이 여가활동이라면 난 CF를 찍고 방송하는 게 그런 것이예요."
그는 덧붙여 “선수도 이제 다방면으로 진출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 거침없이 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면서 “모델을 하든 격투기를 하든 하나를 하더라도 프로답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도나 격투기도 좋지만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이 좋단다. “요즘 사진 많이들 찍잖아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요. 저는 후자인 것 같아요.(웃음)”
>> 2편에 계속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
사진= 임현동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