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불안…버티기 한계상황” 

연초부터 사료값이 또 오르면서 축산농가 및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농가들의 경영난 압박으로 인한 사육두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규모 농가들을 중심으로 인한 도산과 폐업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3월 업계에서 사료값 인하가 예상되고는 있지만 그동안의 인상된 사료값을 농가들이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와 있다”라며 “정부에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육우 사육두수, 3개월만에 4만두 감소
소규모 농가 폐업 속출…5000가구 떠나
일부농가 거세우, 300kg에 출하 경우도
사료안정기금 마련 등 정부대책 급선무



▲얼마나 줄었나=통계청이 지난 6일 배포한 지난해 4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육우 사육마리수는 243만마리로 전분기 보다 4만마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비 증가와 산지가격 하락,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등으로 농가의 사육심리가 위축돼 송아지 생산이 감소하고 도축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사육가구수는 18만1000가구로 생산비 폭등에 따른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소규모 농가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전분기 보다 5000가구가 감소했다.

돼지 사육마리수도 사료값 상승의 영향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돼지 사육마리수는 908만7000마리로 전분기 대비 19만7000마리가 감소했다. 이는 전년동기 보다 51만9000마리가 줄어든 수치다. 사육가구수도 전분기에 비해 100가구, 전년동기 대비해서는 무려 2100가구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사료값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부담으로 휴·폐업의 증가와 소·닭의 대체육으로서의 효과 감소 및 산지가격 하락추세로의 전환으로 사육두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젖소 사육마리수와 산란계 수는 일시적 상승을 보였다. 젖소 사육마리수는 44만6000마리로 전분기 보다 1000마리 증가했지만 이는 우유가격 상승 및 도축마리수 감소, 송아지 가격 급락으로 인한 판매 기피 등의 이유로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산란계 사육마리수도 계란가격의 호조로 노계도태 지연 및 입식 증가로 5916만8000마리를 기록해 전분기 보다 96만8000마리가 증가했다. 육계는 5447만9000마리로 전분기 보다 107만6000마리가 감소했다.

▲불안한 농가들=이 같은 통계수치를 반영하듯 현장의 축산농가들의 분위기는 어느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연초부터 인상되는 사료가격과 소값 하락으로 인해 한우농가들은 가장 불안한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1월 5일에 농협사료가 사료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가뜩이나 산지 소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값이 올라 더 이상 소를 사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농가들은 정상적인 출하를 할 경우 손해가 더욱 발생할 수 있어 평균 600kg에 출하하는 소를 조기에 출하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우시장의 경우 약 230만원대의 소값을 받고 거세우를 300kg에 출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경북 청도의 한우농가 최 모씨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주변에서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농가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소를 사육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손해를 더 보기 전에 하루라도 일찍 소를 출하하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미산 쇠고기 판매재개, 사료값 인상 등으로 한우농가들은 매를 맞은 만큼 맞았다”며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양돈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환율인상으로 인해 돼지고기 수입이 줄어 그나마 산지 가격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료값 인상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가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전제인 시설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정부가 축사시설현대화자금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미국과의 FTA와 연계된 사업인 만큼 당장 농가들이 이 자금을 활용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도 경영악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료안정기금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고 있어 사료값 인상에 따른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축산단체나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사료값 안정에 대한 공동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시설현대화자금을 조기에 집행해 농가들의 시설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생산원가 절감에 기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양계를 제외한 한우, 낙농, 양돈업계가 의무자조금을 시행하는 만큼 이 자금을 투입해 사료원가 분석과 수입가격 분석도 해 보자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사료안정기금이 법제화가 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업계에서 지금부터라도 연구용역을 통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후 연구용역 및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창식 대한양돈협회 경남도협의회장은 “사료업체들이 가격인상 때에는 인상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는데 인하요인이 발생할 경우 얼마만큼의 인하요인이 생기는지 등의 설명을 통해 농가들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줘야 한다”며 “무조건 농가들의 희생만 강조해서는 공생의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한국농어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