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수익 안정적 보장” 공은 인정… “불공정 계약 심각” 불만 팽배
 
하림의 양돈산업 진출로 촉발된 계열화사업이 축산업계 논란에 중심에 서 있다.

대기업이 양돈산업까지 진출해 양돈농가들을 이른바 ‘소작농’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다국적 식품 회사들과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단순히 대기업의 양돈산업 진입 반대를 넘어서 이 기회에 계열화사업의 성과를 재조명하자는 움직임까지 제기되고 있다.

“계열업체에 종속 돼 소작농 신세로 전락”
 미국서도 ‘계열사 우월적지위 악용’ 논란


▲계열화 부정은 아니다=국내에서 계열화가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은 육계분야다. 다른 축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육주기가 짧은 육계의 특성상 가격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농가들은 안정적인 수익보장과 함께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계열화사업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추세로 육계 분야에는 현재 19개 민간계열과 농협의 목우촌을 포함해 20곳이 닭고기 생산량의 약 85%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육계 계열화사업이 90% 이상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이에 대해 계열주체들은 과거 투기산업인 육계산업을 소득이 안정된 산업으로 끌어 올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계열소속 농가들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다. 다만 계열화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농가들이 계열업체에 종속돼 농가들이 계열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작농’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계열주체가 병아리와 사료 등 기본 원자재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능동적 위치에 있기 보다는 수동적 자세를 취하면서 농가들의 인식이 패배주의에 젖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같은 농가들의 의식은 계열화가 진행되고 있는 양돈분야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양돈농가들은  계열업체에 종속되기보다는 직접 경영자로 계열사업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번식능력 향상, 종돈 및 교배 관리 등 생산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진길부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은 “육계와 양돈 계열화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 “계열주체들이 원자재, 즉 종축과 사료에 대한 부분을 완벽하게 가져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장은 “계열화사업의 긍정적인 평가는 분명히 존재하고 계열화사업 전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인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를 할 때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계약방식 논란=계약방식에 대한 논란은 육계 계열화의 가장 큰 화두이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두고 농가들과 계열주체들의 입장차는 크다. 이들 평가방법 모두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농가와 계열사들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해석을 두고 있다. 이는 국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대평가가 계열사들만 배불리며 농가들을 분열시키는 불공정 계약이라는 주장과 절대평가는 농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적 한계로 농가들의 계열사 선택이 국한돼 있는 상황에서 불리한 계약조건을 내세워도 거부하거나 계열사를 옮기는 것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들은 “농가들이 계열사를 자유롭게 옮기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어느 계열사든 농가들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적이 없으며 계열사를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농가들의 자유의사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계열사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계열화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화가 99% 이상 진행된 미국도 계열사가 지역별로 우월적 지위를 가지면서 계약기간을 단기간으로 설정하거나 평가방식도 상대평가를 고수하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계약서의 내용에 소득산출 계산방식을 농가가 이해하기 힘든 문구나 표현을 사용하는 등의 문제도 표출되고 있다.

이명기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이의 해결을 위해 여러 주 정부들이 불공정 계약에 대한 농가보호법을 통과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연방 정부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내 계열업체 한 관계자는 “계약관계에 대해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두고 계열사업이 마치 국내 육계산업 전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는 식의 주장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계열사업 평가에 대한 섭섭한 심정을 내비췄다.

 

<김영민 기자> 한국 농어민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