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는 유행병 수준에 불과하다.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
박승철 삼성의료원 교수는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AI재조명 1차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미국에서는 해마다 독감으로 인해 2~3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과 견준다면 조류인플루엔자는 유행병 수준에 불과하다”며 AI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에는 성공했을지라도 그 피해는 극소수에 불과해 지나치는 질병수준에 불과하다”며 “언론매체에서 AI가 마치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할 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I 방역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번 AI 사태를 보면서 농림수산식품부 단독으로 방역활동에 나서서는 제대로 된 방역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AI를 다뤄야만 국가 경제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닭고기 소비 감소 등으로 국가가 입은 경제적 피해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제는 국가 안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보상과 방역문제를 챙길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정덕화 교수는 “식품위생법 5조에는 병이 든 닭이나 가축은 판매 등의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 7년이하 징역이나 1억원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며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소비자에게 판매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국민 대다수가 치킨 등 가금류를 먹을 경우 AI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매우 높다”면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병이 든 가축은 축산물가공처리법 규정에 의해 처리하고 있으며, AI를 포함한 수십종 질병에 대해 과거부터 정부가 관리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식품의 안정성과는 별개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교수는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교육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주도해야 한다”며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상황에서 가금산업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수의과 김재홍 교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무엇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야생조류에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있으며, 고병원성은 병아리에서 75%폐사율을 나타낼 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H5N1 바이러스는 조류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체에 감염이 되지 않는다”며 “후진국에선 무지와 방역부재로 감염동물과 고도로 접촉한 극소수 사람에게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후진국의 구체적인 사례로 김 교수는 “소규모 가내사육 감염동물 또는 폐사된 오리와 닭고기를 해체하는 과정이나, AI 감염된 가금의 피나 생육을 섭취해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보건위생 의식과 방역체계를 갖춘 국내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토착화 가능성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토착화 단계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AI가 토착화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참새, 까치, 까마귀, 비둘기 등 야생조류에서 감염사례가 발생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발생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고 근거를 들었다.
충북대 수의대 모인필 교수는 ‘가금육과 계란이 안전한 이유’ 주제 발표를 통해 “가금발생이 인체감염은 아니기 때문에 괜한 공포심으로 가금산물 섭취를 꺼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국내 방역체계상 AI나 질병에 감염된 가금류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AI보다는 살모넬라 감염이 더 파괴력이 있으며, AI는 식중독보다 예방이 수월하다”고 AI가 대재앙을 불러오는 질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양계농가 등 가금산업 종사자들은 AI 특별재난을 선포하고 관련자 해임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가금산업발전대책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양계ㆍ오리농가와 가금업계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말라”며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 사퇴하고 질병관리본부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어 “정부는 우리나라 가금산업에 대해 특별재난을 선포하고 이에 준하는 대책과 합당한 보상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