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치킨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한식진흥원이 실시한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K-치킨은 해외 소비자들이 최근 1년 동안 ‘가장 자주 먹은 한식’과 ‘가장 선호하는 한식’ 두 항목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K-치킨이 언급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K-푸드 글로벌 확산 방안’ 중 하나로 K-치킨벨트 조성 계획을 밝힌 것이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K-치킨과 지역의 관광자원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식품업계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치킨의 원료인 닭고기를 생산하는 육계농가들은 관심은커녕, 동물복지 산란계로 전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육계농가는 “최근 육계농가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동물복지 산란계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며 “육계사육과 평사에서 키우는 동물복지 산란계가 유사하기 때문에 시설투자가 필요 없고, 지자체 조례도 이러한 전환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농가는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난상(알 낳는 공간)을 만드는 회사들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들었다”며 “내년에는 사육농가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치킨은 대호황의 시대를 맞았지만, 닭고기는 여전히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육계농가는 “치킨값이 계속 올랐다고, 육계농가들도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예전에 치킨이 7000~8000원 할 때 닭값은 2000원 정도였는데, 치킨값이 2만5000원이 넘는 지금도 닭값은 2500원 수준이다. K-치킨을 논하기 전에 닭값을 올리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닭고기 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닭고기에 대한 할당관세가 시행된 후 국내산 닭고기 자급률은 하락하고, 수입량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닭고기 수입량(검역)을 보면 2021년 12만4025톤에서 2022년 18만8301톤으로 51.8%나 늘었고, 2025년 10월 기준 16만4308톤을 기록하고 있다.

K-치킨 열풍이 지속되고, 치킨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국내 육계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말고, 이 기회에 국내 육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값싼 수입산 닭고기 사용을 늘리고 있는 치킨 프렌차이즈도 국내산 닭고기 사용 확대에 동참해야 한다. 수입산 닭고기로 만든 치킨은 K-치킨이 아니다.

<한국농어민신문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