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는 조리 전 생닭 총중량을 ‘g(그램)’ 또는 ‘호’ 단위로 메뉴판 등에 표시해야 한다. 정부가 치킨업계의 ‘용량꼼수(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되 중량을 줄이는 식의 숨은 가격인상 행위)’를 바로잡고자 표시 제도를 바꿨다. 육계 농가·계열화업체에서는 사육기간 연장에 따른 수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치킨 중량 표시제’ 도입 배경과 내용은=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내놨다. 이 가운데 축산업계에서 주목한 건 ‘치킨 중량 표시제’ 도입이다.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유권해석을 통해 15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BHC·BBQ치킨·교촌치킨·처갓집양념치킨·굽네치킨·페리카나·네네치킨·멕시카나치킨·지코바치킨·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본부와 소속 가맹점 1만2560곳은 메뉴판과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에 조리 전 닭 원육의 중량을 표시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6월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 후 위반 때 시정명령·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때 ‘한마리’ ‘반마리’ 등 마리로 표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업체별로 사용하는 생닭의 원육 크기가 달라 치킨 중량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A치킨업체는 올 9월11일 기존 ‘순살치킨’ 메뉴 4종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변경했다가 10월 국정감사에서 용량꼼수 행위로 지적받은 뒤 10월23일 원래 규격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수취값 증대·원가 절감”…농가·업체 ‘반색’=새 제도 도입 소식이 전해지자 산지와 유통업계는 반색했다. 일반적으로 농가는 병아리·사료·약품 등을 계열화업체에서 구입해 32일령 전후로 사육한 뒤 중량 기준으로 정산받는다. 도계 전 평균 중량은 1.6㎏ 안팎이다. 그간 치킨업계는 주로 10호(951∼1050g)·11호(1051∼1150g) 닭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치킨 선호는 한마리 단위보다 닭다리·날개 등 부위만 모은 메뉴나 순살제품 등으로 수요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제도 도입으로 치킨 중량까지 강조되면 업체간 중량 경쟁이 붙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육계 사육기간이 자연스레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농가와 계열화업체 간 기존 정산 평가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정오 한국육계협회 상무는 “사육기간이 길어질수록 육계는 일별 사료섭취량은 줄고 증체량이 늘어나는 데다 면역력이 높아져 사양관리가 수월해진다”면서 “병아리 입식 등 고정비용은 같으니 농가의 사육 부담은 줄어들고 농가수취가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열화업체도 같은 기대를 내놨다. 이강현 하림 사육사업부 수석부장은 “소비자는 양이 많은 치킨을 맛볼 수 있고, 농가는 수익성이 오르며, 업체는 원가절감이 가능해 일석삼조”라며 “대다수 축산 선진국은 이미 사육기간을 늘려 중량을 키워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라 출하가 지연됐던 경험 때문에 40일령가량 사육도 현장에서 낯설지 않다”고 했다.

◆“단기 효과 체감 어려워” 반응도=치킨업계별 상황이 달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치킨 브랜드마다 통닭·부분육, 순살·뼈 치킨 등 인기 메뉴가 달라 중량이 곧 경쟁력이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치킨 중량 표시제가 10대 프랜차이즈에만 적용되고, 내년 6월말까지 계도기간이 이어진다는 것도 신중론의 근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킨업체와 계열화업체 간 공급계약은 통상 6개월 단위로 이뤄져 단기적으론 농가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