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를 보면 한우 비육우의 한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73만 6000원 증가했다. 한우 판매가격은 하락하고 사료비와 자가 노동비 등 생산비가 상승하면서 수익률 감소로 이어진 결과다. 이에 대응해 꾸준히 상승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은 유지하는 축산농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알아봤다.

농촌 지역이 초고령화에 진입하면서 청장년층 인구 부족으로 일손 구하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 농작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축산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오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중단되던 시기에는 말 그대로 ‘인력 대란’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충북 증평 <대창농장>은 연호경 대표 혼자 130마리의 한우를 관리하고 있다.

대규모 농장은 자동화 시설과 기계화로 인건비 부담이 오히려 줄었지만 중소 규모 축산농장은 후계자가 없어 고령 경영주가 운영할 경우 매출의 50% 가까이가 인건비로 나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인건비는 단순 월급과 수당 등 실질 지급하는 금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들의 숙소 유지와 복지를 위한 다양한 지출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농장 규모 축소해 인건비 절감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투입한 2023년 이후에는 다소 안정을 찾기도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용 곡물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경영비가 상승하고 있다. 거기다 내년부터 축산농장에도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해 추가 인건비 지출이 확실시되는 등 각종 규제까지 더해지는 실정이다.

그에 따라 축산농장별로 경영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농가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농장 규모를 축소해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거나 추가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부부 혹은 자녀와 가족 경영을 통해 인건비 누수를 차단하기도 한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축산 자동화시스템 구축이다. 최근 대규모 농장만이 아닌 중소 규모 농장에서도 자동화시설 설비를 통해 인건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 위치한 <대창농장>은 13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비육 전문 농장이다. 연호경 대표 역시 처음 농장을 시작하고는 규모를 키우는 일에 열중했다. 육우 비육으로 시작해 한우 일관 사육으로 전환한 후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소에게 쏟아부을 정도로 농장 규모 확장에 힘썼고 5년 만에 20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장으로 성장했다.


강원 횡성 <대광목장>은 아들이 합류한 후 목장 규모를 키우는 대신 유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했다. 사양기술도 안정화하고 민원으로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농장을 증축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 터라 사육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연 대표는 현상 유지를 선택한 후 비육 전문으로 사육 방식 변화를 시도했다. 연 대표가 생각하는 혼자서 키울 수 있는 소의 마릿수 마지노선은 200~250마리다.

간혹 젊고 육체적인 부분에 자신이 있다면 300마리까지 감당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200~ 250마리가 넘어가면 혼자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규모 확장 시 인건비를 충분히 건질 수 있는 마릿수도 고려해야 한다.

“금주에 20개월을 비육해 한 마리를 출하했는데 단순 사료값과 제반 비용을 제외하니 순수익이 300만 원이었습니다. 한 달에 15만 원이 남았다는 것이죠.”

단순히 금액만 봐서도 안 된다. 인력이 충원된다고 무조건 노동 강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그만큼 인력 관리에 대한 업무가 추가되고 농장 성적 역시 근로자의 역량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

연 대표는 2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농장이지만 인력 보충 없이 혼자서 유지할 수 있는 마릿수인 130마리만 유지하고, 대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평균 28개월 출하에 1+등급 이상 출현율 90% 이상, 1++등급 출현율 75%, 도체중 497㎏, 등심단면적 99.4㎠ 등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가족 경영으로 새는 인건비 막는다

가족 구성원의 노동력을 이용해 외부로 나가는 인건비 누출을 막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후계자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승계할 후계자가 있을 경우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부인보다 신뢰도가 높고 소통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노하우와 자녀들이 가진 정보력·추진력 등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장점이 크다.

강원 횡성 <대광목장>은 처음 문을 연 1990년 초부터 지금까지 외부 직원 없이 김병용 대표와 아내 최복순 씨의 힘으로만 운영해 왔다. 부부 경영을 위해 착유량도 1t을 넘기지 않으며 개량을 통해 유질과 유량을 높이는 경영을 해 왔다. 문제는 아들 김석영 씨가 목장을 이어받겠다고 들어온 이후였다.


경북 상주 <부성스마트팜>은 이재훈 대표가 9만 마리의 육계를 사육하는 1인 경영 농장이다.

이미 오랜 세월 부부가 경영할 수 있는 규모로 맞춰진 농장에 가족이 한 명 추가된 상황에서 당장 충분한 월급을 지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장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민이 깊어졌고 결론은 현상 유지였다. 대신 김석영 씨는 유가공에 도전했다. 부모를 도와 목장을 운영하면서 자체 유가공 브랜드를 만들어 자신만의 소득원을 개발하기로 한 것.

“물려받은 이후도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두 가족의 소득을 고려해 무리한 확장을 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후 결국 외부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현 인력으로 알차게 목장을 꾸려보기로 했죠.”

김석영 씨는 유가공 역시 자신이 목장 운영을 전담할 것을 대비해 규모를 조금씩 키워 가고 있다. 인건비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 가격 인상으로 고비용 구조로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력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동화 설비를 통한 스마트 축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1인 축산, 더 나아가 무인 축산이 축산농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1인 경영 농장 사례를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스마트팜으로 노동력 절감…정밀 사양도 가능

경북 상주시 청리면에 있는 육계농장 <부성스마트팜>은 이재훈 대표의 1인 경영 농장이다. 평균 9만 마리를 사육하며 연 7회, 총 65만 마리를 출하하는 <부성스마트팜>의 직원은 단 1명, 이재훈 대표뿐이다. 2.5세대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사료와 음수를 자동으로 급이하고, CCTV를 이용해 계사 상태를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ICT를 통해 사료·음수 급이량을 실시간 체크해 닭에 문제가 생기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해 리스크도 줄인다. 스마트팜을 통해 단순히 노동력만 감소된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정밀한 사양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 출하일령도 단축돼 일반 농장보다 많은 회전수로 운영해 수익도 올라갔다.


강원 철원 <민재목장>은 로봇착유기를 도입해 인건비의 절반을 줄이고 노동 강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강원 철원 <민재목장>은 로봇착유기를 설치한 이후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착유우 50마리를 포함해 120마리의 젖소를 키우며 2t의 원유를 서울우유에 납유하는 <민재목장>은 현재 김정민 대표와 직원 한 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전에는 직원 두 명을 고용하고도 김 대표 역시 하루 종일 목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착유를 위해 오전 4시에 출근하고 사료 급이와 오후 착유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휴게 시간조차 갖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후 직원이 한명으로 줄었음에도 김 대표가 목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사료 급이 외에는 자유롭게 외부 활동이 가능해졌고 착유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목장 개체 관리도 더욱 정밀해졌다.

“초기 투자비를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경영 효율과 노동력 절감으로 그 비용은 손쉽게 회수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장기적으로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농장 경영을 위해 스마트팜 도입은 필수입니다.”

<농민신문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