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계란의 난각 번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난각 번호는 2018년부터 소비자가 한눈에 산란계 사육방식을 확인하도록 한 표시다. 난간번호 표시는 2017년 살충제파동 이후 정부에서 계란 생산 정보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쉽도록 추진됐다. ‘1번’은 방사(자유 방목), ‘2번’은 평사(실내 평사 사육), ‘3번’은 개선 케이지(현행 기준 마리당 0.075㎡로 단계적 확대 중), ‘4번’은 기존 케이지(마리당 0.05㎡)에서 생산된 계란을 뜻한다.   

난각 번호에 따른 사육 환경을 살펴보고 동물복지 계란 기준에 대한 논란을 짚어봤다.

# 난각번호 1번과 2번

국내 소비자들의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의뢰로 지난해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복지 계란의 구매액은 전년 대비 36.6% 증가했지만 일반 달걀은 1.2% 감소했다. 응답자의 63%가 동물복지 계란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열 번 중 약 네 번은 동물복지 제품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구매 이유로는 △인증마크가 있어 안심된다(39.2%) △영양성분이 풍부할 것 같다(35.1%) △품질이 좋다(33.3%) 등이 꼽혔다.

그러나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무엇이 진짜 동물복지 계란인가’에 대한 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 혼란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물복지 계란의 난각 번호를 정확히 인지한 소비자는 18%에 불과했고 다수는 동물복지 인증 계란의 난각 번호가 1번이라고 오해했다.

실제 평사 사육인 난각 번호 2번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번호 체계와 인증제도를 혼동하고 있었다. ‘건강한 닭’, ‘1등급’, ‘무항생제’ 등의 문구가 붙은 일반 계란을 동물복지 계란으로 착각하는 사례도 많았다. 

일반 계란을 동물복지 계란으로 오인한 이유(중복문답)는 △인증마크가 많아서(56.6%) △무항생제 문구 때문(51.0%) △1등급 표시때문(41.5%) 등이 꼽혔다.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계란의 품질에는 높은 신뢰를 보이지만 가격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낮았다. 평균 구매가격은 구당 367원으로 일반 계란 232원 보다 약 58% 비쌌으며 가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4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일반 계란보다 20% 정도 비싸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58%)’고 답해 실제 가격 차이와 괴리가 컸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동물복지 인증제와 사육환경 표시제(난각 번호)를 명확히 구분해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동물복지 계란이란

업계에선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 1번(자유 방목)과 2번(평사)의 차이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평사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한 동물복지 기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닭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사양·시설·관리 기준을 충족한 농장을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산란계 분야는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케이지 사육이 아닌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환경, 횃대·산란상·모래목욕 등 행동 욕구 충족 시설을 갖춰야 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축종별 동물복지인증은 산란계 253호(52.2%), 육계 162호(33.4%), 돼지 28호(5.8%), 한우 12호(2.5%), 젖소 30호(6.2%) 등 총 485호가 인증을 받았다. 이는 2020년 297호 대비 63.3%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인증 농가 중 산란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축종 중 최초로 2012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이 시작된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 젖소 등의 축종이 동물복지 인증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동물복지 인증 농가의 소득 수준이 일반 농장보다 높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으면 일반 사육 농가보다 계란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육밀도 감소로 질병 발생률이 낮아져 폐사율이 감소하고 의약품 사용량도 줄어 경영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1.5배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회원제나 판로가 확실한 농가들은 안정적으로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판로가 한정적인 농가에서는 동물복지 인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또한 무정란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정란을 생산하는 소규모 농가들은 특별한 혜택이 없다.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 농장 관계자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형 유통업체 주도로 동물복지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유통업체도 생산에 참여하면서 중소형 농장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산란계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선 시설 개선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선 80여 가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우선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지를 이용해 산란계를 사육할 수 없으며 케이지 사육 대신 평사, 방사, 다단식 사육시설을 사용해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케이지 사용금지와 함께 횃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닭이 휴식을 취할 때 높은 장소에 올라가는 습성에 따라 횃대는 마리당 15cm 이상으로 전체 사육마릿수에 맞춰 설치돼야 한다.

이와 함께 계사 내 닭이 사용하는 바닥의 1/3 이상이 깔짚으로 덮여 있어야 하며 닭이 모래 목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깊이여야 한다.

사육밀도는 바닥면적 ㎡당 9마리 이하여야 한다. 다만 다단식 사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산란계가 활용하는 여러 층의 면적을 사육 면적에 포함할 수 있다.

동물복지 농장이라고 방목 사육만 하는 것은 아니며 닭 한 마리당 1.1㎡의 방목장을 제공할 때 자유 방목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 에이비어리, 동물복지인가

최근 업계에서 논란이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에이비어리(aviary, 다단식 평사)’가 과연 동물복지의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케이지가 아닌 개방형 구조로 보이지만 실제 복지 수준을 두고 전문가·시민단체·농가 간 시각차는 크다.

현행 제도상 에이비어리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의 평사(난각 번호 2번) 사육방식에 포함될 수 있다. 농식품부의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인증기준 제4조’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사육밀도를 1㎡당 9마리 이하로 제한하지만 다단 구조물을 설치해 닭이 상하층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을 경우 ‘이용 가능한 총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허용한다.

이에 따라 실제 바닥면적 기준으로는 1㎡당 17마리까지 사육이 가능하며 구조물 설치를 통해 수직 공간을 활용하면 공식 기준 내에서 인증이 가능하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산란계 복지 최소 기준 지침에서 허용하는 다단 구조물의 원칙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2012년 동물복지 인증제도 도입 당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닭의 행동권이 실제로 확대되는가’에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수의학계는 에이비어리가 구조적으로 복층에 과도한 마릿수를 수용해 이동·비행이 어렵고 상층부의 분진·암모니아 농도가 높아 깃털 손상·호흡기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1㎡당 17마리의 기준이 일반 평사(바닥면적 1㎡당 9마리)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많기 때문에 제도상으로는 ‘동물복지 평사’임에도 실제 체감 복지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생산자들은 에이비어리가 개선 케이지보다 산란계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케이지 대비 닭이 자유롭게 날갯짓과 횃대 이동을 할 수 있고 산란상·급이기·휴식대를 층별로 분리해 행동 공간을 다층화함으로써 관리 효율과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웅 대한양계협회 차장은 “법 개정으로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3년마다 재심사를 받도록 의무화돼 농가가 지속적으로 사육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며 “난각 번호 1번인 방목 사육 농장은 겨울철 특별 방역 기간이 되면 방목 사육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어 실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농수축산신문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