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김신지 기자]
추석 이후 축산물 수급과 가격 전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우의 사육마릿수와 출하마릿수의 감소폭이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젖소는 사육마릿수 감소세가 추석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란계 병아리 입식마릿수 증가로 추석 이후 계란 생산량이 증가하고 병아리 입식마릿수와 도축마릿수 감소로 육계의 전체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는 재고 소진과 수입량 감소로 전체 공급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우, 사육‧출하 마릿수 감소폭 점차 둔화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한우 사육 마릿수와 출하마릿수는 연말로 가면서 감소폭이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내년 한우 사육마릿수가 최저점을 찍은 이후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한우 사육 마릿수를 330만8000마리로 추정, 지난해보다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12월 한우 사육 마릿수는 321만 7000마리로 지난해보다 4.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이후 한우 사육 마릿수는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1세 미만 소가 83만1000마리로 지난해보다 5.9%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감소세보다 두배 가까운 수치로 1세 미만 소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한우 암소 사육마릿수는 지난달 기준 206만4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암소 사육 마릿수 추이를 살펴보면 감소폭이 다소 둔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산차별로 보면 가격 호조로 번식능력이 확보된 4산차 이상 암소 사육마릿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송아지 가격 상승에 따라 번식우 사육마릿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송아지 평균 유찰률로 살펴볼 때 거래량 감소에 따른 입식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축산지원부의 한 관계자는 “한우 암소 사육 마릿수 출하 동향을 살펴본 결과 사육 마릿수와 출하 마릿수 감소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며 “정액 판매량, 송아지 생산마릿수, 1세 미만 사육마릿수 등 생산지표도 점차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어 한우 사육마릿수 감소폭 둔화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마릿수 감소폭 둔화로 한우 가격은 추석이후에도 당분간 보합세이거나 약한 가격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석 성수기 한우 도축 마릿수가 지난해보다 1.8% 감소하면서 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으로 추석 전부터 한우 전국 도매 평균 가격은 kg당 2만 원대를 유지했고 추석 연휴가 지난 13일 부터는 2만1000원대를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한우 전국 도매 평균가격은 2만1978원으로 2만20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가격보다 한우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명절 이후 한우 가격이 평균 2만2000원에 근접하면서 오르고 있는데 이는 소비증가 보다는 공급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이같은 가격 오름세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젖소, 사육마릿수 감소·원유 생산량 증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던 젖소 사육마릿수는 추석이후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경연 3분기 젖소 관측에 따르면 오는 12월 젖소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8% 감소한 37만4000~37만6000마리로 전망됐고 올 4분기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47만8000~48만 톤으로 예상됐다.
하절기 폭염으로 인해 줄어들었던 원유 생산량은 날씨가 풀리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백색시유 소비량은 줄고 있어 현장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유업계에서 시유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더 이상 사업 유지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낙농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 낙농산업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적어 수익성이 낮다”며 “미사용원유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유업체 측에서 사업을 줄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원유 생산량은 계절에 따라 증감이 있어 제과, 제빵 등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돼지, 국내 재고·수입량 관심
이번달 돼지 출하량과 관련해 농경연은 관측에서 지난해 동월 166만3000마리 보다 소폭 줄어든 158만 마리 안팎을 예상하는 등 올해 4분기 돼지 출하량을 최대 501만 마리로 전망했다. 하지만 10월 시장 출하 물량이 추석 연휴 작업일수 감소를 고려한 것이어서 실제 생산 잠재력은 지난해 보다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장기간의 명절 연휴 영향으로 최종 소비가 많이 이뤄지면서 유통시장에서 돼지고기 보유재고는 많이 소진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정육점과 외식 등에서 연휴 기간 소비가 많이 이뤄져 지난 12일 주간은 주초에 추석 연휴 이후 물량 발주가 이뤄졌으며 주 후반부터 발주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육류에서 앞다리는 연휴 이후 급식납품이 재개됐고 뒷다리도 식자재와 원료육 등에서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가공업계에선 10월 지육가격을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한 kg당 평균 5700~5900원(제주 제외 기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수입 돈육 동향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계 수입량이 35만3400톤으로 지난해 대비 약 6.4%인 2만4100톤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겹살이 1만5300톤(10.1%), 앞다리 2800톤(1.8%) 각각 감소했다.
# 계란 가격, 공급량 증가로 하락세 보여
대한산란계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산란계 병아리 입식마릿수가 지난해 대비 크게 늘면서 추석 이후 계란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하절기에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소모성 질병, 폭염으로 인한 폐사량 증가 등의 이유로 계란 공급량이 줄면서 특란 1개 당 190원대를 유지하던 계란 가격이 지난 14일 189원으로 내려가면서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달부터 새로 입식하는 산란계에 대해 사육면적 기준이 적용되면서 농가들이 지난 8월까지 병아리 입식마릿수를 늘렸고 추석 연휴 동안 반출되지 못한 재고 수량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재홍 산란계협회 총괄국장은 “추석 이후 수요가 줄고 계란 생산량은 회복해 안정세를 보이며 계란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며 “특별방역 기간 동안 고병원성 AI 발생, 마트에서의 계란 할인 행사 등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 계란 가격은 내림세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 닭고기, 소비량보다 공급량 많아
국내 육계산업은 지난해 대비 이달의 병아리 입식마릿수와 도축마릿수가 감소하면서 전체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닭고기 소비량 또한 줄어들어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가격은 하락할 전망이다.
농경연 10월 육계 전망에 따르면 이번달 육계 병아리 입식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6.2% 감소한 6159만~6291만 마리로 추정됐으며 도축마릿수 또한 7.9% 감소한 6325만~6464만 마리로 예상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가격은 명절 연휴 이후 소비 감소 패턴이 이어지면서 지난 13일 대닭 기준 지난달 평균 가격보다 낮은 kg당 1500원을 기록했다.
이종웅 대한양계협회 차장은 “닭고기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이번달 생계 시세는 원가 이하에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연말 특수로 닭고기 소비가 늘어난다면 가격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농수축산신문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