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업체를 운영하던 <제이토리> 정상훈 대표는 10여 년 전 육계농장을 물려받아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축산 관련 각종 인증을 받으면서 냄새 없는 축산농장으로 유명해졌다. 닭을 키우며 농장 내부에 카페와 스크린 골프장, 영화관, 배드민턴장, 양궁장, 실내 포장마차 등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한 정 대표를 만나봤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서 육계 7만 5000여 마리를 키우는 <제이토리> 정상훈 대표. 정 대표를 만나 들어간 공간엔 계사 내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와 컴퓨터 외에도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머신과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넓은 테이블, 그리고 드럼 등이 놓여 있었다.
“혼자 닭을 키우다 보면 밖에 나가기 어려워요. 그래서 농장 내부에 카페와 음악실, 스크린 골프장, 배드민턴장, 양궁장, 영화관, 실내 포장마차 등 즐길거리를 많이 만들어놨죠. 혼자서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고 닭이 없을 땐 친구들도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그는 항해사였던 아버지가 우연히 경매로 9만 마리 규모의 육계농장을 낙찰 받으면서 2006년 함평으로 내려오게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지내는 상황이라 당시 결혼을 안 한 그가 함께 내려오긴 했지만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버지가 닭을 키우고 그는 광주광역시에서 게임개발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혈액암 판정을 받게 되면서 2009년 어쩔 수 없이 농장을 떠맡게 됐다.
“제가 들어왔을 당시 축사는 6동 가운데 3동이 폭설로 무너져 나머지 3동에서만 닭을 키우고 있었어요.”
결국 그가 들어와 축사 현대화사업 자금을 받아 축사를 새로 짓고 2010년부터 6동에서 닭을 사육하게 됐다. 한 번도 닭을 키워 본 적이 없었던 그는 우선 육계 관련 책들을 구입해 사육 방법 등을 익혔다. 하지만 책으로 배우는 지식만으론 한계가 있어 주변에서 닭을 잘 키운다고 소문난 농가를 찾아가 입추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게 3~4년간 입추 작업을 도와주며 그분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농장에 하나씩 접목해 나갔는데 이때 경험이 닭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동물복지, 깨끗한 축산농장 등 인증 획득
“처음 농장에 들어왔을 당시만 해도 축산냄새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환경문제가 점차 대두되면서 농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대비가 필요했어요. 농장이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5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거든요.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 농장 이름도 바꾸고 축산 관련 인증도 하나씩 받기 시작했죠.”
그는 축산농장이라고 하면 코부터 틀어막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농장명을 <시온농장>에서 <제이토리>로 바꿨다. <제이토리>는 자신의 성에서 따온 ‘제이’에 이야기를 뜻하는 ‘스토리(story)’와 공장을 뜻하는 ‘팩토리(factory)’의 ‘토리’를 합쳐서 지은 것이다. 여기에 무항생제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 HACCP), 전남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깨끗한 축산농장에 이어 2020년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까지 획득했다.
“축산 관련 인증을 받으려면 각각 정해진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잖아요. 그런 인증들을 하나씩 받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축산냄새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죠. 덕분에 민원 걱정 없이 닭을 키우고 있어요.”
매번 깔짚 새로 깔아주면 냄새 50% 저감
정 대표는 무엇보다 깔짚을 재활용하지 않으면서 축산냄새의 50%가 줄었다고 털어놨다. 보통 육계농장에서는 깔짚을 살짝만 거둬 내고 윗부분만 보충해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깔짚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 역시 깔짚을 재활용하다 동물복지 인증을 준비하며 출하할 때마다 깔짚을 모두 거둬 내고 새 깔짚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축산냄새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보통 깔짚을 재활용하면 닭이 없을 때도 축사에서 냄새가 납니다. 특히 병아리를 받기 위해 축사 내부 온도를 35℃까지 높이면 깔짚이 부숙되는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해 더 냄새가 심해져요. 그런데 새 깔짚을 깔아 놓으면 보름 정도는 냄새 없이 닭을 키울 수 있죠.”
보통 냄새는 깔짚에 수분함량이 높으면 난다. 특히 사육 면적 대비 마릿수가 많거나 닭이 설사를 할 경우 바닥이 질척거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마리당 적정 면적을 확보하고 차단방역 등을 꼼꼼히 해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제이토리>의 경우 9만 마리 정도를 키우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면서 7만 6300마리로 줄였다. 여기에 여름철엔 고온 스트레스 예방 등을 위해 6만 마리만 입식한다.
마릿수를 줄이면 경제적으로 손해일 거 같지만 그만큼 백신이나 사료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고 폐사도 거의 없어 오히려 이익이라는 게 정 대표의 얘기다. 실제 <제이토리>의 사료요구율은 1.37, 생산지수는 390~400으로 상위 5% 이내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자체 백신 프로그램도 철저히 운영하는 한편 닭의 상태를 꼼꼼히 관찰해 선제적 클리닝 작업을 해 준다.
“백신을 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출하일령이 늘어질 수 있어서 의무 백신 외 다른 백신은 안 하는 농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뉴캐슬병, 닭전염성기관지염, 감보로병, 콕시듐 등 일령별 맞춤 백신 프로그램을 운영하죠. 질병이 발생하면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생산성도 떨어지지만 냄새도 심해지기 때문이에요.”
입식 후 10일 정도가 지나면 갈퀴를 이용해 바닥도 수시로 뒤집어준다. 특히 니플 주위 바닥이 쉽게 축축해질 수 있는 만큼 잘 뒤집어줘야 한다. 닭이 물을 먹는 과정에서 바닥이 축축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바닥관리기 등 장비를 이용하면 소음은 조금 발생할지라도 노동력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닭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직접 갈퀴로 하루 3~4시간씩 바닥을 일일이 뒤집어주고 있다.
“깔짚을 재활용할 경우 첫날부터 바닥 관리를 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새 깔짚을 깔아주고 질병이 없으면 14일 정도는 별도로 관리를 해 주지 않아도 바닥이 보송보송하게 유지되죠.”
닭을 출하하고 나면 냄새가 주위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바로 청소를 한다. 특이한 점은 바닥을 먼저 치운 뒤 물청소를 하지 않고 물청소를 한 뒤 바닥을 치운다는 점이다. 물청소를 한 뒤 바닥의 깔짚을 치우면 청소용 물도 함께 깔짚이 흡수해 주위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바닥을 깨끗이 치운 뒤엔 소독과 건조 과정도 꼼꼼히 거친다.
농장 내 냄새측정기 설치해 수시 확인
“깔짚은 위탁 처리합니다. 다만 퇴비업체와 일정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퇴비사로 옮겨 놓으면 2~3일 이내에 업체에서 가져가죠.”
퇴비사에 깔짚이 있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조금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정 대표는 퇴비사도 밀폐형으로 지었다. 여기에 부숙촉진제를 뿌리고 스키드 로더로 뒤집기 작업도 해 준다. 이 밖에도 농장 내부에 냄새측정기도 두 대 설치했다.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농도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농가 스스로 경각심을 느낄 수 있고 민원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취재 당일 <제이토리>의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농도는 각각 0.03ppm, 0.01ppm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농가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