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세포 중 근육세포와 지방세포 등을 채취한 후 이를 배양액에 넣어 만든 ‘세포배양육’(일명 인조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구는 할 수 있지만 이를 상업화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 12월 21일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시행을 앞두고 나온 지적인데, 지난 11일 조경태 국민의힘(부산 사하을) 의원과 (사)건강소비자연대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세포배양육 식품산업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12차 K-바이오헬스 포럼' 에서다.  

이날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들어서 이 기술로 식품을 만들려고 시도를 하고 있고, 또 많은 분들이 연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해오기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러한 제안을 검토를 해본 결과 할 ‘연구할 분야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이후부터 세포배양육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윤재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30년 넘게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해 인간과 동물에게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해 왔다. 세포배양은 그의 전공분야로 많은 후학을 배출하면서 이 분야 석학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이날 “후학들에게도 학술적 연구는 하더라도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화 연구는 말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세포배양육, 발단과 현황은?
식육 수요 느는데 공급은 한계, 대체육 관심↑···식약처 ‘대체식품’ 정의·허용

발단은 UN(국제연합) 산하 FAO(식량농업기구)가 내놓은 전망 때문이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인구가 100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식육 수요도 현재보다 1.7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고, 이에 따라 축산물 공급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지구온난화와 악성가축질병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포배양육 등 대체육이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됐고, 벤처회사들도 속속 나타났다. 특히 배양육을 지지하는 옹호론자들은 ‘안전하다’는 의미로 ‘깨끗한 고기(Cleen meat)’라고 홍보하고 있다. 세포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고, 인류가 당면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이런 상황 속에서 미식품의약국(FDA)이 2022년 11월 ‘배양닭고기’(Lab grown cultivated chicken)를 승인했고, 이 조치가 나오자마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2년 12월 22일 ‘대체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성 원료 대신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기존 식품과 유사한 형태·맛·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하였다는 것을 표시하여 판매하는 식품’이라고 정의해 허용해 줬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세포배양식품 등을 개발·생산·제조·유통하는 분야를 ‘푸드테크산업’이라고 명명하고 지난해 12월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으며, 2026년 완공을 예정으로 △익산시(식물기반식품) △포항시(식품 로봇) △나주시(식품업사이클링)를, 2027년 완공을 예정으로 △과천시·춘천시(개인맞춤형식품) △의성군(세포배양식품) 등 5개 분야 연구지원센터를 선정한 바 있다. 또 2030년까지 총 푸드테크 10대 핵심기술분야를 발굴·지원할 예정인데, 그 첫머리에 세포배양식품 생산기술이 들어 있다.
 

#문제는?
항생제·식품첨가물 투입 불가피···유전자변형기술 인체 유해성 검증 충분치 않아


'세포배양육 식품산업화,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최윤재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 
최윤재 명예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포배양육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세포배양육은 생물반응기에서 근육세포와 지방세포, 그리고 이에서 유래한 미생물 등 세포주를 배양액을 이용해 확대생산한 후 이들을 섞어서 만든다. 초기에는 태중에 있는 송아지 혈청(소 태아혈청)을 이용해 배양액을 만들다가 이후 혈청대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인데, 소 태아혈청을 이용할 경우에는 동물의 희생을 유발하게 되고 혈청대체제는 인공적인 영양소 혼합체가 추가되면서 인체 유해성 검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입하게 되고, 또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배양육은 단백질과 지방으로만 구성돼 있는 특성 상 실제 축산물과 같은 맛·색·향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첨가하게 된다. 

최윤재 명예교수는 “세포배양학자들에게는 항생제를 어떻게든지 적게 쓰면서 효율적으로 세포를 배양해 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제가 30여년 넘게 이 분야 연구를 이어오면서 굉장히 비싼 항생제를 써 왔다”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상업적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어렵고, 최소한이라고 하더라도 항생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포주를 줄기세포 등으로 대체하는 신기술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는 유전자변형기술이 접목된다”면서 “인체 유해성 검증도 미비한 상황이고, 유전자변형기술이 적용된 식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해성 논란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천연축산물에는 있지만 세포배양육, 즉 인조축산물에는 없는 성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생리활성물질과 생체대사산물이다.

최윤재 명예교수는 “항체·보체·림포카인·인터페론 등의 면역조절물질과 라이소자임·항균펩타이드 등의 항균물질, 글루타티온·루테인 등 항산화물질 등은 천연축산물에는 있지만 인조축산물에는 없는 것들”이라면서 “또 가축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카르니틴이나 크레아틴 등의 생체대사산물도 인조축산물에는 없다. 예를 들어 '카르니틴'은 가축의 간이나 신장 또는 뇌에서 합성·분비되어 근육에 저장되는 아미노산 유도체인데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배양육에는 없는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각국 판매 금지조치
글로벌 투자도 다시 급감 추세···이탈리아 합성식품 금지법 통과, 미국 일부 기준 강화

최윤재 명예교수는 또 당초 기대와는 달리 세포배양육 시장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배양육 시장이 열린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싱가포르 정부가 ‘잇-저스트(Eat Just)사’의 계열회사인 ‘굿미트’가 닭고기 배양육을 시판한 것이 시초다. 이어 2022년 11월 미 FDA가 실험실 배양육 닭고기(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개발) 판매를 승인했고, 이어 2023년 알레르팜과 2024년 홀더푸드사가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그는 ‘배양육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현황(한국바이오협회)’자료를 인용하면서 “배양육에 대한 투자는 초기 2021년 1분기 이후 1년가량 증가하다가 다시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이들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면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자들은 이것(세포배양육)을 하면 기후 온난화와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경우 최근 몬타나·네브래스카·인디애나·미시시피·플로리다·애리조나 등의 주정부를 중심으로 배양육 유통을 금지하거나 엄격한 라벨링(표시) 기준을 설정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으며, 이에 앞서 이탈리아는 2023년에 배양육을 포함한 합성식품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 중이고, 프랑스·오스트리아·루마니아 등도 배양육 상용화를 법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연말까지 하위법령을 마련해 시행될 예정인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과 우리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하는 세포배양식품 관련 연구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앞서 가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연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걸 산업화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회
“안전성 충분한 검토·예방적 조치 동반돼야”


주제 발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참석 패널들은 "세포배양육에 대해서는 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판 등 상용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세포배양육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시판을 위한 상용화 기술 연구·개발은 안전성 검증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은주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조금호 한국통합영양연구원 원장·윤영미 소비자와 함께 상임대표 등이 참여해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정은주 교수는 토론회에서 “세포배양육의 개발과 대중화로 인해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건강상의 위험이 다가올지 그 안전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예방적 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우려가 아닌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조금호 원장은 “육류(천연육) 섭취를 통해 얻는 글리칸은 면역기능과 세포신호전달, 장내 미생물 균형에 영향을 주는 세포소통·통신에 중요한 영양소인데 세포배양육이 동일한 수준의 생리활성을 제공하는지 아직 불명확하며, 만약 세포배양육으로부터 천연육류와 동일한 수준의 생리활성물질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인체는 아토피·류마티즘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과 암 등의 면역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임상영양학적 연구가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미선 농림축산식품부 푸드테크정책과장은 "기술이 개발되고 실제 제품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건 정부에서도 최대한 지양하고자 한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라는 부서 명칭에서도 아실 수 있듯이 축산업도 우리부의 중요한 업무 영역이다. 축산업과 병행하지 않고 푸드테크만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든지 하는 정책기조는 아니다. 상업화 단계가 되면 식약처를 중심으로 안전성 기준이나 라벨링(표시) 등에 대해 소비자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한편,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조경대 의원은 “우리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면밀하게 잘 살펴야 될 것 같다”며 세포배양육의 문제점에 대해 “보편화된 세계적 추세는 아니라는 점과 미국 등에서도 잦아드는 추세라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가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또 국민들의 먹거리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확보해야 되는데 아직까지 어떤 연구 논문도 확실하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오늘 포럼의 주제이고, 앞으로도 국회 차원에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국회 부의장)도 포럼에 참석해 “세포배양육이라고 해서 ‘세포로 고기를 만드는 구나’ 이 정도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토론회를 듣고 보니 ‘문제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열심히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어민신문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