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와 운영 문제 갈등 
수도작 기준 배수 관리 ‘한계’ 
안일한 대처로 잇단 침수 “인재” 

“추가 설치·관리인력 자격 강화를”


충남 논산시 성동면 우곤리에서 육계 10만마리를 사육하던 박연식씨(57)는 지난해 침수로 키우던 닭이 모두 폐사했지만 여태 재입식하지 못하고 있다. 7월에 이어 9월까지 두번이나 양계장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재입식할 시간이 아예 없었다.

7월과 9월 잇따른 폭우로 성동면 농가들이 연달아 피해를 본 가운데 배수장 운영을 둘러싸고 농민과 한국농어촌공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올해 계속된 수해는 배수장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인재’”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성동면에는 공사가 관리하는 9개의 배수장이 있는데, 집중호우가 일어날 때마다 매번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우곤리의 시설하우스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7월17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우곤1배수장에 가 보니 직원은 없고 펌프도 가동되지 않아 항의했으나 공사 측은 매뉴얼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만 늘어놓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달 7일에도 시설하우스가 침수된 후 답답한 심정에 펌프 작동 내역을 요구하니 같은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딸기를 재배하는 또 다른 농가는 “이달 6일에 폭우 예보를 보고 공사에 배수펌프장 가동 여부를 물으니 ‘이 정도 하천 수위면 괜찮다’고 했다”며 “그런데 또 침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의 주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성동면엔 호우 피해가 발생한 7월17일 97㎜, 이달 7일에는 70㎜의 비가 내렸다. 논산 내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농작물 피해는 성동면 일대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NH농협 논산지부가 농협 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월16일부터 18일까지 내린 폭우로 전체 논산지역에서 102.3㏊ 농작물이 피해를 봤는데 이중 성동면 피해면적이 42.6㏊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이달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6일부터 7일까지 내린 비로 침수 피해를 본 논산 농가 256곳 중 125곳이 성동면에 속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논산지사 관계자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배수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각 배수장에는 직원 2명이 상주하는데 야간에도 교대로 하천 수위를 확인한다”며 “당시에도 매뉴얼대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배수장 시설이 수도작 기준으로 건립된 만큼 밭작물의 침수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논산지사 측은 “지난해부터 논산시와 배수장 증설을 논의 중”이라며 “배수장 증설 없이는 침수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배수장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씨는 “배수장 추가 설치도 해결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확장 전까지 농민들은 반복되는 침수로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배수장 직원 자격을 강화하고 인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산시는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 신규사업’에 아호왕덕지구·원봉지구·봉동지구 배수 개선사업이 올해초 선정돼 배수장 신설과 배수로 정비 등에 필요한 국비 582억7000만원을 확보한 만큼 반복되는 침수 피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논산=김민지 기자

<농민신문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