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국산 무관세 수입 육류 수입과정서 검역 강화도 한국산 설 자리 좁아질 듯 국내 달걀값 강세에 도계 감소 “환율 내리면 여건 나아질수도”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성계(노계)육이 글로벌 관세전쟁과 국내 달걀값 상승, 해외시장 정책 변화로 위기에 처했다.
국내 가금업계에 따르면 성계는 도계장을 운영하는 계육가공업체들의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경제주령을 넘긴 산란성계 혹은 육용종계는 국내에서는 육질이 질기다는 이유로 주로 육수용으로 쓰인다. 그런데 베트남에선 쫄깃한 식감이 오히려 대접받으며 소비시장을 넓혀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대 육류 소비국이다.
그런데 미국발 관세전쟁이 불붙으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4월2일(현지시각) 다른 국가들에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베트남 정부는 선제적으로 3월31일부터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주요 농산물에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산 냉동닭고기 장각(부분육)의 대베트남 수입 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내리겠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7월2일 베트남산 제품이 미국에 들어올 때는 2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산 제품이 베트남으로 들어갈 때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소비시장을 놓고 미국산 냉동닭고기의 공세가 한층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상황도 성계육 수출을 유지하는 데 녹록지 않다. 올봄부터 최근 달걀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자 산란계농가마다 도계를 자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추석(10월6일) 대목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산란성계 도계량 감소 추세는 한층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노계·육용종계 도계량은 크게 줄었다. 축산물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올 1∼8월 산란노계의 월평균 도계마릿수는 270만9811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330만9531마리)와 견줘 18.1% 감소했다. 육용종계 또한 올들어 8월까지 월평균 45만9896마리가 도축돼 전년 동기 평균(54만7604마리)보다 16.0% 적었다.
국내 한 도계·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도계 가능 물량은 월 600만마리 수준인데, 도계량이 크게 감소하다 보니 농가에서 도계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물량 수주를 위해 업계간 도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소연했다.
베트남 현지 상황도 불리하다. 세계 최대 사료 생산업체로 알려진 태국 차론폭판드(CP) 그룹이 2020년 12월 베트남 빈푹성에 연간 육계 1억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가금류 복합단지를 준공한 것이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5월16일부터 베트남 내 육류 수입 과정에서 검역을 강화했다. 기존 검사 항목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뿐만 아니라 뉴캣슬병, 살모넬라, 대장균 2종을 추가했다.
도계·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농가들은 도계업계를 골라가며 출하할 수 있어 수수료 부담 완화 등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베트남으로 수출하기 어려워지면 장기적으로는 농가에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올 7월 한달간 베트남에 수출한 닭고기의 양은 4195.5t으로 지난해 같은 달(4800.7t)과 견줘 12.6% 감소했다.
긍정적 전망도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돼지고기 공급량이 줄고 닭고기가 대체재로 활용돼 소비가 늘었다는 내용을 현지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과 베트남 현지 매체 ‘티엔퐁신문’은 8월5일(현지시각) 베트남에서 올해 ASF는 972건 발생했고, 7월 중순 514건 보고된 것과 견줘 2주 사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중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추후 환율이 낮아져 수출 여건이 비교적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쁨 기자
<농민신문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