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높은 기온…올 여름 복경기는 '흐림'
닭고기 물량 부족 우려 속
브라질산 닭고기 지역화로 인해
수출 재개…빠르게 가격 안정
오리, 올해 늘어난 사육마릿수와
도축마릿수로 공급과잉 예상
복경기 물량 많아 가격 하락 이어질 듯
산란성계 연장 사육으로
평균 계란중량 줄어들고
본격적 무더위 시작으로
전체 생산성 하락 예상, 공급 부족 여전
[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김신지 기자]
올해 더위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보로 길고 더운 여름이 예상되지만 올 여름 복경기는 ‘흐림’으로 전망되고 있어 가금업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복경기 최대 수혜자인 닭고기 업계는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는 상황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간의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 복경기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 사태와 관련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해 지역화를 허용하면서 가격 불안 우려가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육제한 기간 연장으로 생산이 눌렸던 오리산업은 사육마릿수를 늘리며 공급과잉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복경기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염소고기는 늘어나는 수입산과 전쟁을 치르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변수가 많은 2025 복경기를 자세히 톺아본다.
# 복경기 최대변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 여파는
정부가 브라질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비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수입을 허용해 주기로 하면서 언제, 얼마나 수입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브라질산 닭고기가 수입 중단되면서 국내 닭고기 수급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닭고기 유통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지난 5월 국산 닭고기 가격은 대닭 기준 kg당 2403원으로 지난해 대비 29% 증가했다.
실제로 브라질은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산 닭고기는 17만8956톤 수입됐으며 올해 수입량은 지난달 기준 2만3710톤을 기록했다. 특히 순살, 닭강정용 냉동육을 쓰는 업체들이 대부분 브라질산을 사용하고 있어 원재료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났고 치킨 등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육계업계에서는 닭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농가들이 병아리 입식마릿수를 늘렸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부터 닭고기 가격은 서서히 하락해 복 경기 닭고기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 여름철 보양식 수요에 따른 공급 완화와 가격 안정을 위해 브라질산 닭고기 지역화 수입 조건을 행정예고하고 조속히 수입을 허용했다. 그 결과 지난달 21일 고병원성 AI 지역화 협상이 완료됐다.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 비발생 지역에서 닭고기 등의 수입을 허용하고 수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 지역화 허용으로 인해 수출 재개가 가능해지면서 빠르게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며 “아직 충분한 물량이 국내에 공급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가격 파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4일 발표한 육계관측에 따르면 이번달 육계 도축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1.3%, 평년 대비 0.8% 줄어든 7260만~7409만 마리로 예측됐으며 생계유통 가격 또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권정오 한국육계협회 상무는 “현재 육계 폐사가 줄고 생산성이 늘고 있어 국산 닭고기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달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고 올해 여름은 더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만큼 육계 사육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수요보단 공급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종닭은 지난해 보다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종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토종닭 도계(유통) 시세는 kg당 3890원으로 지난해 대비 35% 증가했다.
정성효 한국토종닭협회 과장은 “토종닭의 경우 닭고기와 시세 흐름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시세는 지난해 대비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지난해 시세가 유독 낮았던 것으로 평년과 비교할 경우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오리, 사육제한 풍선효과…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
오리는 올해 늘어난 사육마릿수와 도축마릿수로 다소간의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복경기에도 물량이 많아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달 오리 사육마릿수는 지난해보다 3.2% 증가한 938만8000마리이며 복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달과 다음달도 지난해보다 0.3~0.5% 가량 늘어난 사육마릿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육용오리 도축마릿수는 639만4000마리로 지난해보다 17.3% 가량 늘어났다. 복경기가 시작되는 이달 육용오리 도축마릿수는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640만3000마리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달 육용오리 도축마릿수도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615만1000마리로 전망된다.
전체적으로 마릿수가 부족했던 2023년에 비하면 올해 복경기는 냉동재고량도 현저히 늘어난 수준이다. 이미 지난 4월까지 냉동재고량으로도 평년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같은 공급과잉은 오리 사육제한 기간이 늘어나면서 수익이 줄어든 오리농가들이 사육마릿수를 늘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지난 3월말 까지 지속되면서 정부가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지난 4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이로인해 사실상 오리 사육제한이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방역기간이 연장 강화된 지역 7개에 충북, 전남, 전북 등 오리 주산지가 모두 포함됨에 따라 반년 가량 오리를 키우지 못한 농가가 대부분인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상황 때문에 수익을 얻지 못한 농가들이 오리입식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한 오리농가는 “사육제한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반년을 놀았고 계열회사와도 어느 정도의 계약 물량이 있기 때문에 병아리는 계속 생산되고 입식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복경기에 이렇다할 특수가 없는 한 공급과잉은 어쩔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육마릿수와 도축마릿수가 늘어나면서 올 복경기에는 최대 공급량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오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오리 도축마릿수가 400만 마리가 넘어가면 재고가 된다고 하는데 지금 몇 달째 600만 마리를 넘기고 있다”며 “냉동재고량도 많이 늘어난 상황으로 올해는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급과잉으로 오리 산지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오리 산지가격은 3.5kg기준 7500~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2% 떨어졌으며 평년보다는 8.2% 하락한 수준이다. 농경연은 복특수가 시작되는 이달에는 평년보다 18.3%, 다음달은 16%가량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계란, 공급 부족 여전해
계란은 지난 5월부터 지속된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특란 30개 기준 산지가격은 각각 4773원, 5319원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3%, 10.2% 오른데 이어 지난달은 5503원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왕란은 가격의 변동은 크지 않았지만 대란은 특란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 3월 산란계 사육마릿수와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2.6%,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이달 산란계 사육마릿수와 일평균 계란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0.2%, 2.0% 증가할 전망이다. 농경연은 이와 관련해 6개월령 이상 사육마릿수 증가와 지난해 산란 실용계 입식 증가로 인해 일평균 계란 생산량과 사육마릿수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가정 내 계란 구매량은 지난해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의 판매자료 조사 결과 1분기 계란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9% 증가했으며 지난 4월 오프라인 계란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9.9% 증가했다.
김재홍 대한산란계협회 총괄국장은 “계란 유통 흐름은 여전히 대부분 품목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어 경제주령을 초과한 산란성계의 연장 사육이 증가하고 있다”며 “농가들이 산란계 도태를 지연시키며 계란을 생산하고 있어 지난달 산란성계 도계량은 평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총괄국장은 이어 “이처럼 도계 지연과 계란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병아리와 중추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물량이 원활히 확보되지 못해 일부 농가에서는 병아리 입식에도 어려움을 겪고있다”면서 “산란성계 연장 사육으로 평균 계란중량이 줄어드는 데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체적인 생산성 하락이 예상돼 공급 부족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보양식 신흥 강자, 염소고기 수입 늘어…원산지 표기 미흡 ‘문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 식용 종식법)’시행으로 염소고기가 보양식으로 떠오른 가운데 염소고기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소고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보다 저렴한 수입 염소고기를 선택하는 소비처가 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14년 1436톤이었던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2년 3322톤, 2023년 5995톤, 지난해 8143톤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지난 5월까지 3856톤이 수입되면서 지난해 대비 3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수입된 8143톤 중 8126톤이 호주산으로 약 99%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에서 흑염소를 유통하는 김 씨는 “국내 흑염소는 1kg 당 약 2만~3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도축 후에는 kg당 3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지만 호주산 염소고기는 소매업체 기준 kg당 2만 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많은 식당들이 흑염소 요리를 판매하고 있지만 호주에서 들어온 염소고기는 흑염소가 아닌 보어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당에서 원산지 표기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이러한 정보를 소비자들은 모르고 구매하게 된다”면서 “흑염소를 판매하기 위해선 국내산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입 염소고기 급증과 함께 원산지 표기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는 7월과 8월에 원산지 표시를 점검해 위반 업체를 적발했으며 이 중 염소고기는 4건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서울지역 염소전문 일반음식점 90여 곳 중 13개 업소가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바 있다.
이러한 불법 표기 사례는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고 국내 염소농가의 정당한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염소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만식 한국흑염소협회 충북도지회장은 “현재 국내에는 육용종 염소로 흑염소와 보어가 있는데 도축 시 이를 구분해 취급하지 않으며 심지어 염소가 아닌 산양으로 취급된다”며 “개 식용 종식으로 염소가 보양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산업 기반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이어 “육안으로 수입 염소고기와 국내산 염소고기를 구분하기 힘든 만큼 이제 염소도 돼지, 소와 같이 국산 고기를 구분할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만들어 보급하고 수입 염소고기와 경쟁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농협목우촌, 가정간편식(HMR) 보양식 중점 공략
이런 가운데 최근 복날 제품 소비는 기존의 초복, 중복, 말복 중심의 시즌성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보양, 일상 속 의식(리추얼)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자 공격적인 가격전략을 수립하고 저가 상품을 위주로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농협목우촌에 따르면 최근 관련 제품 소비 동향은 복날 당일이 아닌 전후 1~2주 동안 분산되는 패턴을 보이며 기존의 외식이나 원물 형태의 조리식보다 편의성이 높고 맛 또한 우수한 가정간편식(HMR) 보양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원료와 건강한 콘셉트를 앞세운 상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판매채널은 온라인·모바일 기반 구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목우촌은 이 같은 소비 동향에 가장 부합하는 상품을 ‘목우촌 삼계탕’으로 보고 올 여름철 전략적인 프로모션과 더불어 신제품을 통해 시장공략에 나선다.
목우촌은 올해 삼계탕의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10% 정도 늘린 110만 봉, 65억 원으로 잡고 국내 축산농가가 생산한 우리 닭고기를 원료로 위생적인 공정을 통해 가장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의 식탁에 공급한다는 강점을 내세울 방침이다.
목우촌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처에 생생삼계탕을 주로 납품하는 한편 온라인몰 유통 확대, 라이브 방송·공동구매 등 취급 채널 확장을 통해 고객의 눈이 닿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목우촌의 보양식 상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의 농협 조합에 대표이사 서신을 동봉한 홍보용 메시지를 발송하고 ‘판매지원단’ 프로그램을 통해 전 직원이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든든한 여름 응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채널 통합 마케팅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철진 목우촌 대표이사는 “올해는 제품 다양화와 맞춤 채널, 마케팅 전략 강화 등 입체적 전략으로 복날 수요와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이 국내산 원물 100%를 활용해 위생적이고 건강하게 만든 목우촌의 삼계탕을 섭취하고 폭염이 장기간 예상되는 올 여름을 잘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농수축산신문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