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에서 답을 찾다] (5) 늘봄농장
농장 전면 자동화해 폐사율 ‘뚝’ 
스마트폰 하나로 7만마리 거뜬 
“시설 도입 땐 정밀도 등 따져야”


“처음엔 친구도 못 만나고 1년간 계사에만 꼼짝없이 붙어 있었어요. 스마트축산 덕에 이젠 주변 또래와 축구도 자주 해요.”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만난 이재훈 늘봄농장 대표(25)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다. Z세대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대 10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20대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에서 계사 온도가 올라갔다는 경고음이 울리자마자 컴퓨터로 닭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프로그램 설정을 조정했다. 이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3306㎡(1000평) 규모 건물 3개동에서 육계 7만마리를 혼자 사육하는 청창농(청년 창업농)이다.

시작은 병아리 한마리였다. 초등학교 2학년 이 대표의 생일날, 친구들은 학교 앞 상인이 판매하는 병아리를 선물로 줬고, 이 대표는 그 병아리를 닭까지 키워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엔 부친이 운영하는 제조업 공장 한편에서 닭 3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졸업할 때는 40여마리로 늘렸다. 농업과 무관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이 대표가 생명과학고(농고)와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한 것도 그저 닭이 좋아서였다.

대학 휴학 중에는 국내 한 양계장에서 1년 반을 일하며 견문을 넓혔고, 복학 이후엔 다른 양계장에서 10개월간 현장 실습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자신감이 생긴 이 대표는 청년농 정책자금에 가족 지원금을 보태 2022년 8월 지금의 농장을 인수했다.

친형과 함께 호기롭게 농장 문을 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회로 차단기 고장으로 계사 내 온도가 올라가면서 닭이 죽기도 했고, 무창계사 내에 환기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시간 만에 닭 4000마리가 죽기도 했다. 외지에서 생활하며 닭이 재차 죽을까 사육에만 몰두하다 보니 친구도 만나지 못해 고독감은 커졌다.

그러던 이 대표에게 스마트축산은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이 대표는 지난해초 농장에 ICT를 전면 도입하면서 온습도·환기·조광·급수·급이 등을 자동화했고, 이를 스마트폰 하나로 점검·조절하고 있다. 개체별 성장 상태에 맞춰 최적의 양을 제공하는 사료 공급시스템 덕에 3∼4%이던 폐사율이 0.5∼1%로 줄었다. 사료비도 15%를 절감하게 됐다. 시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형제 두사람이 전적으로 매달렸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이 대표 혼자서 하루 2시간만 농장을 살피면 된다.

이 대표는 스마트축산 기술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도 소개했다. 시스템의 안정성·정밀도·반응속도를 중점으로 살펴야 좋다는 것이다. 업체 선정 땐 사후수리가 잘되는 곳, 장비(하드웨어) 교체보다는 소프트웨어 갱신(업데이트) 위주로 진행하는 곳을 우선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의 삶이 바뀌자 멀리서 걱정하던 부모님도 귀농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가족과 함께할 날을 대비해 토마토 재배부지를 확보했고, 곧 시설하우스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이 모든 게 스마트축산 덕분”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농민신문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