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우리나라의 최대 닭고기 수입 대상국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닭고기 공급량은 생산량·수입량을 합쳐 모두 79만1000t이다. 이 가운데 브라질산은 15만8000t으로 전체의 20%다. 수입 닭고기만 보면 전체 수입량(18만 4000t) 중 브라질산 점유율은 86%나 된다.
꼭 한달 전인 5월16일 브라질의 한 종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다음날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5월23일 브라질 고병원성 AI에 ‘지역화’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이달 10일엔 수입위생조건 고시 제·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브라질 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주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국내로 들여오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행정예고 돌입 이틀 만인 12일엔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1차관)이 주재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행정예고 종료일(20일) 다음날인 21일부터 즉시 수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병원성 AI 지역화 승인은 수입위험평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브라질 고병원성 AI 지역화 적용문제를 2023년 5월부터 검토했으나 산지 반발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2년 넘게 고수해왔다. 그랬던 정부가 이번 브라질 닭고기에 대해선 초고속으로 수입 재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국산 닭고기 여유물량이 석달 치가 있고,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종계 사육마릿수가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치킨·버거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들은 “사용하던 브라질산 대신 국산 닭고기로 대거 전환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브라질 간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굳이 지역화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브라질 내에 추가 발병이 없을 경우 마지막 발생일부터 28일 이후엔 브라질 정부의 안전성 입증과 우리 정부의 평가를 거쳐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국내 육계농가를 믿고 조금 더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수입 닭고기에 할당관세 정책을 펴는 사이 국내 닭고기 자급률은 2023년 기준 77%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70%대로 떨어졌다. 전광석화 같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재개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스스로 국내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농민신문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