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위생조건 제·개정 행정예고 
AI 발생해 전면금지 후 24일만 

8월 중순 닭고기 본격 유통될 듯 
“수입물량, AI 이전과 비슷할 것” 
농가, 닭고기 자급률 하락 우려


정부가 브라질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비발생지역의 닭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은 국내 수입 닭고기 수급상황을 우선시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육계농가들은 수입을 전면 금지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브라질 고병원성 AI에 대해 ‘지역화’를 적용한 것은 식품안전과 국내 가금산업을 등한시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면 수입 금지에서 일부 재개까지 ‘전광석화’=농림축산식품부가 10일 행정예고한 수입위생조건 고시 제·개정안은 3개다. ‘브라질산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수입위생조건’ 개정안과 ‘브라질산 종란 및 초생추 수입위생조건’ 제정안, ‘브라질산 식품용란 수입위생조건’ 제정안이다.

이들 고시 제·개정안에 따르면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주(州)에서 생산된 닭고기와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시(市)에서 출하한 종계·초생추(병아리)·종란·식품용란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브라질 행정구역은 26개주와 1개의 연방특별구로 나뉘어 있다. 시는 주보다 작은 단위다. 고시된 제·개정안이 시행되면 5월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히우그란지두술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들여올 수 있다.

법령 행정예고는 일반적으로 30일간 진행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번 수입위생조건 고시 제·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을 이례적으로 10일만 운용한다. 20일 행정예고 종료 후 곧장 시행한다면 항공 수송으로는 이르면 이달 중에도 국내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반입할 수 있다.

정부의 고시 제·개정 움직임은 5월2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드러나 농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해 진행 중인 수입위험평가, 상대국과의 협의, 행정 절차 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5월16일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17일 전면 수입 금지했고, 일주일도 안돼 ‘지역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역화란 가축질병·병해충 등의 발생 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 개념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전면 수입 금지 이후 24일 만에, 지역화 추진 선언 18일 만에 지역화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질 닭고기 해상 운송 땐 8월께 한국 재상륙=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국내시장에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기까지는 최소 두달이 넘을 전망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고시된 위생조건 제·개정안이 6월 하순부터 적용되면 평균 30일이 되는 육계 사육기간과 45∼60일 소요되는 해상 운송 기간을 감안해 이르면 8월 중순께 국내로 들어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입물량은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 이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래 국내 수입업체들이 고병원성 AI 발생지역인 히우그란지두술주보다는 산타카타리나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물량 대부분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국내 생산기반 외면 처사”=농식품부는 2023년 5월부터 브라질에 고병원성 AI 지역화를 적용하려는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생산자단체 반발에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2년 이상 검토 중인 사항을 한달도 안돼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에 육계농가는 반발했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은 “최근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종계 사육마릿수가 증가해 병아리 생산량과 닭고기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닭고기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의 파급력을 고려해 그동안 (지역화 추진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산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내 식품업계 수급불안만을 우선시해 졸속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국산 닭고기 자급률을 떨어뜨리고 국내 가금산업에 큰 위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민신문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