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고병원성 AI 발생 ‘수입 금지’
5일 만에 비발생 지역 허용키로
정부, 추가입식 독려하더니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재개’
“수입닭 소비 부추겨” 반발
브라질 가금육 지역화 철회 촉구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하면서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자 육계계열업체에 적용되고 있는 종계의 종란 생산주령까지 풀어주면서 추가입식을 독려하고 나섰던 정부가 수입 금지조치 시행 불과 5일여만에 브라질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가 성명서를 내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지역 청정화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양계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오리협회·한국토종닭협회 등으로 구성된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는 23일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27에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지역 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브라질산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등 수입금지 조치가 5월 17일 시행됐는데, 정부가 불과 5일 만에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생산된 닭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기로 발표했다”면서 “이는 지역화로 인한 국내 닭고기 시장의 영향분석 및 업계 관계자와의 소통 없이 추진된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졸속행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상 한 국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경우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국가 단위로 청정국 인정을 받아야만 다른 나라로의 가금산물 수출이 가능해지는데, 지역화란 발생국 내에서 별도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설정해 청정지역으로 인정하고 해당지역에서 생산된 가금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한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지역청정화 개념을 이용해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한 바 있지만, 상용화된 백신을 접종하면서 질병의 관리가 가능한 구제역과는 달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상용화된 백신이 없고, 따라서 완벽한 차단방역 이외에는 사실상 발생을 막을 길이 없다.
이에 대해 가금생산자단체들은 “정부는 닭고기 주요 수입업체의 재고 물량이 3개월 가량 남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브라질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가금 생산자단체 및 닭고기 생산자와의 소통을 통한 수급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는 우리 정부가 브라질 닭고기 수출업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어 국내산 닭고기 자급률 위축과 국내 가금 산업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2022년 하반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정부가 브라질산 냉동 닭고기에 무관세를 적용하면서 국내산 닭고기 자급률이 20년 만에 80%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수입업체들이 관세할당 등을 활용해 무관세로 들여온 수입 닭고기로 어떻게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수입산 닭고기의 위생관리와 브라질산 가금육의 지역화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있는지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외국에서 수입되는 닭고기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순살치킨, 닭강정, 꼬치 등 닭고기 재료로 이용되면서 국내 닭고기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국내산 닭고기가 아닌 수입산 닭고기 소비를 부추기는 꼴이다. 닭고기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미국,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수입이 가능한 만큼 한 나라에 국한하지 말고 수입 다변화를 모색해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물가 안정이란 미명 아래 보여주기 정책을 지양하고 국내 가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적 대응에 진심을 다해 주길 바란다”며 브라질 가금육 등에 대한 지역화 추진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농어민신문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