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화 이행계획서 접수마감 한달 앞…축산업계 요구사항은

“특별법 제정하고 제출기한 6개월 연장해달라”

개발제한구역 내 축사면적 등 주요 제도 7개 개선 안돼

1만6000여가구 관망 중 대부분 영세 한우농가로 축산 포기 땐 번식기반 타격

생산자단체 등 정부 대책 촉구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기한 만료일(9월27일)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원래 마감일인 9월24일이 추석인 관계로 이날까지 연장된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축산농가는 이행계획서를 당장 제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간이허가신청서 제출기한인 3월26일 이후 5개월 동안 적법화를 가로막는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행계획서를 못 내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에 따라 사용중지·폐쇄명령 같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정부는 ‘적법화 의지’만 보이면 최대한 구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축산업계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상 농가 30%, 관망 내지 포기=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사 규모에 따라 3월24일까지 미뤄졌거나 2019년 3월24일까지 행정처분이 유예된 1~2단계 무허가축사 축산농가는 전체(12만2056가구)의 48.5%인 5만9200가구로 추정된다.

이중 1만4313가구(24.2%)는 적법화를 끝냈고, 1만7365가구(29.3%)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기다리거나(7287가구),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이행강제금까지 납부한 상태(1만78가구)로 파악됐다. 여기에 5월말 기준 측량을 준비 중인 9229가구(15.6%)를 더하면 4만907가구(69.1%)가 적법화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셈이다. 나머지 1만8293가구 가운데 입지제한지역 3500여가구를 포함한 1만6282가구(27.5%)는 제도개선을 기다리며 관망 중이고, 2011가구(3.4%)는 고령화로 사실상 적법화를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7월말 적법화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특히 적법화 절차를 밟지 않은 농가라도 9월27일까지 ‘언제부터 축사를 측량하겠다’는 계약서를 이행계획서에 첨부하면 적법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핵심적인 제도사항, 개선되지 않아=정부가 조사한 대로 적법화가 진행된다고 해도 관망 중인 농가 상당수는 여전히 적법화가 어렵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적법화를 가로막는 주요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축산단체가 요구한 44개 과제 가운데 핵심과제 7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문제로 축사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률 개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구역, 공원자연환경지구 내 축사면적을 상향 조정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내 허용된 축사면적은 500㎡(151평), 일반 지역은 1000㎡(303평) 이내로 부업규모 수준이다. 이를 넘는 축사시설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축산업계는 그동안 전업화가 진전된 현실을 고려해 축사면적을 지금의 두배 수준으로 상향해달라고 건의해왔다. 군사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 역시 각각 200㎡(60.5평)·250㎡(75.6평)에서 1000㎡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가축분뇨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축사 설치를 금지한 장소에 축사를 지으면 폐쇄하거나 6개월 이내 사용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제외해달라는 요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또 용도지역별로 설정·운영 중인 건폐율의 상향 조정을 비롯해 입지제한지역 지정 전 축산업을 영위하던 선량한 축산농가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 적법화가 어려운 농가의 별도 이전보상대책 수립 등의 건의도 반영이 안됐다.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충남 천안축협 조합장)은 “(미반영된 핵심과제 외에) 정부가 반영한 대부분의 개선사항도 현행법상 가능한 내용을 안내하는 수준이거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해당 기관이 반영하지 않으면 사실상 시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별법 제정 필요=문제는 관망하거나 적법화를 포기한 농가가 축산현장을 떠나면 축산업의 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된다는 데 있다. 특히 이들 농가의 78%인 1만4200여가구가 한우농가여서 한우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만4200여가구는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한우농가(9만2850여가구)의 15.3%에 달한다.

한 전문가는 “대부분 영세농가인 이들이 현장을 이탈하면 한우 번식기반이 또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와 전축협은 최근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와 정부에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범비대위에는 생산자단체와 축협·학계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금 상황에선 상당수 농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기 어렵다”며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을 내년 3월24일까지 6개월 더 연장하고, (가칭)축산진흥특별법 제정을 통해 선량한 축산농가를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무허가축사 적법화 특별법 제정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 역시 특별법이나 이행계획서 제출기한 연장만 기대하지 말고 적법화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농민신문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