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폐사 막아라”…육계농가 폭염과 ‘악전고투’

대형 선풍기 틀고 물 뿌려도 하루에 100마리씩 죽어

산란율·증체율 떨어져 2차 피해…전기료 부담도

“정부·지자체 차원 대책 절실…쿨링패드 설치 지원을”

“폭염 때문에 닭이 무더기로 죽기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육계농가 안기춘씨(53·강원 홍천)는 계사 내 닭들을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요즘 홍천지역은 한낮 기온이 41℃까지 오르는 등 기상 관측 111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상 최악의 폭염을 보이고 있다. 안씨는 “(계사가) 산 밑자락에 있는 덕분에 다른 농가보다 폭염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하루 평균 70~100마리씩 죽어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육계농가들은 연중 최대 성수기인 말복(末伏·8월16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물을 뿌려주고 면역증가제도 먹여보지만, 폐사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닭은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도 발달하지 않아 35℃를 넘어서면 죽기 시작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일 9시 기준 닭 폐사 마릿수는 전체 폐사 가축의 94%가량인 411만2000여마리로 집계됐다.

안씨는 “장기간의 폭염으로 지하수가 부족해 (계사) 인근에 파놓은 관정에서 물을 퍼 날라 안개분무를 해주는 실정”이라며 “관정마저 마를지 몰라 홍천군 소방서에 물을 요청해놓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비용부담이 되더라도 쿨링패드를 설치해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쿨링패드는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고 실내 공기는 분산해 바깥으로 배출하는 장비인데, 실내 공기를 환기해 닭에게 좀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다른 육계농가도 마찬가지다. 닭 5만5000여마리를 사육한다는 박기탁씨(52·충남 예산)는 “집사람과 계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관리하지만 죽는 닭이 많이 생겨 피눈물이 나온다”고 울상을 지었다. 박씨는 “선풍기와 차광막·스프링클러·쿨링패드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지만, 저녁 7시가 넘어서도 계사 내 온도가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원종해씨(64·경기 여주)도 “요즘엔 바깥 출입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가는 한꺼번에 많은 닭을 죽일 수 있어서다. 원씨는 “계사마다 부착한 온도계를 수시로 보며 안개분무 간격을 조정, 계사 내 온도를 관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따른 2차 피해도 농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 닭의 산란율과 증체율이 떨어짐은 물론 전기료 부담도 커진다. 이광택씨(73·전북 진안)는 “폭염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아 말복 때 출하하려던 원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올여름엔 폭염이 심하다보니 전기료가 평년의 갑절 이상은 나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육계농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농가의 힘만으론 폭염피해를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폭염기간 동안 얼음 공급이나 쿨링패드 설치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매년 폭염이 심해져 여름철 사육 자체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는 게 육계농가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농민신문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