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가축 살처분 비중 낮춰야

환경오염·재정지출 등 부담

“동물도 고통 느끼는 주체”

축산방역 분야에서 환경오염과 예산지출 부담이 큰 살처분의 비중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 집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가축 살처분 실태와 쟁점 진단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현권 의원, 표창원 의원,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화우공익재단, 포럼 지구와사람, 재단법인 동천, 사단법인 선이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발생으로 지출된 재정 소요액은 합계 4조3,741억원이다”라며 “가금에 한정해 보면 방역비용, 부가가치 손실, 전후방산업의 타격 등에 매년 평균 2,3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살처분이 아닌 다른형태로 구제역과 AI를 막는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해도 그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면 우리사회가 비용을 들일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살처분 방식의 문제점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의사결정구조 △살처분 참여자의 피해 △2차 환경오염 문제 △예산 및 자원 배분의 왜곡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꼽았다. 함 교수는 “일반적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의 명확한 구별이 필요하다.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에 별개의 조문을 두고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릴 때 고려해야할 기준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함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가전법의 전면개정과 개헌시 헌법에 동물보호정책 시행 책무를 명시하자고 주장했다. 개헌이 실현되면 가칭 동물정책기본법을 제정해 축산진흥, 방역, 동물보호 분야의 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하자는 구상이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은 “대규모 살처분은 어느 사회에서나 생명윤리 측면에서 비판받는 게 현실이다”라며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주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정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