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한달 가까이 ‘잠잠’…“방심은 금물”

2월8일 이후 추가 발생 없어 방역당국 발 빠른 대응 실효

철새 북상·패럴림픽 앞둬 지속적 방역·예찰 강화를

‘농장간 전파’도 차단해야


올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AI가 한달 가까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철새 북상시기와 평창동계패럴림픽(9~18일)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고병원성 AI는 2017년 11월17일 전북 고창 육용오리농장을 시작으로 올 2월8일 충남 천안 산란계농장까지 모두 18건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건, 전북·충남이 각각 2건씩이었다. 이후 이달 5일까지 25일째 AI는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피해가 가장 컸던 전남지역은 1월10일 강진 종오리농장을 끝으로 지금까지 두달 가까이 소강상태다.


이렇듯 AI가 잠잠하자 올겨울은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게 방역당국과 업계의 분위기다. AI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인 21일을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방역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AI가) 잘 마무리돼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겨울엔 AI가 발생하자마자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즉각 격상하며 최고 수준의 방역활동을 펼쳤다. AI 위기경보는 관심→주의→심각 3단계로 돼 있다. 통상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한달여 만에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던 과거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고병원성이 확진되기 전에 ‘H(에이치)5형’ 항원만 검출돼도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고, 오리휴지기제 등 다각적인 방역조치도 강화했다. 휴지기제는 AI가 자주 발생하는 철새도래지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에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국가가 농가에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앞으로도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철새가 3월에 집중적으로 북상한다는 점에서 닭·오리 농장의 AI 발생 우려가 크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감염된 철새가 있기 때문에 AI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철새의 북상이 끝날 때까지는 방심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도 30건의 AI가 발생했었다.


동계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동계패럴림픽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역학 관련 한 전문가는 “고병원성 AI가 한달 가까이 추가 발생이 없다고는 하지만, 인구 이동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자칫 방심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이 지금처럼 지속적인 방역관리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방역당국은 북상하는 철새의 예찰활동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를 조기에 찾아내 가금류 사이에 옮겨 다니는 이른바 ‘농장간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농가 역시 ‘내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차단방역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농민신문 3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