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닭만으론 수출확대 어려워” 육계 생산 다각화 촉구 목소리
한국, 작은 닭 위주로 생산 큰 닭·부분육 좋아하는 해외서 성과 올리기 어려워
국내서도 부분육 소비 늘어 수요에 맞춰 사육방식 개선 생산시설 연구·개발도 필요

작은 닭(1.5㎏ 미만) 생산 위주인 국내 육계산업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닭고기 수출시장 확대와 부분육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중단됐던 국내산 닭고기·달걀·오리고기의 홍콩 수출이 10월30일부터 재개됐다. 정부는 닭고기의 홍콩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검역과 통관 지원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홍콩의 방역당국에 등록돼 있는 국내 도계장은 55곳이다.

하지만 국내 육계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큰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부분육 소비가 활발한 해외에서는 2.5㎏ 이상의 큰 닭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는 닭 한마리를 통째로 소비하는 전통적인 소비방식에 맞춰져 1.5㎏ 미만의 작은 닭을 주로 생산한다. 작은 닭에 집중된 생산시스템이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권정오 한국육계협회 부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치킨이나 삼계탕 위주로 닭고기 소비가 이뤄지면서 업체들이 혼자 먹기에 부담이 없는 작은 닭 생산에 치중해왔다”며 “큰 닭을 선호하는 외국에는 수출할 국산 닭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는 홍콩에 345만달러 상당의 닭고기를 수출했다. 이는 홍콩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전체 닭고기 수입액인 14억달러의 0.3%에 불과하다.

작은 닭 생산에 치우친 육계산업 구조는 부분육 수요가 증가하는 국내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도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에 따르면 2015년과 비교해 지난해 닭고기 부분육 중 날개와 다리의 판매 증가율이 각각 13.9%, 6.4%에 달했다. 임승현 이마트 닭고기 구매 담당자는 “점점 식단이 서구화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하면서 부분육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닭고기 1차 생산자인 육계농가들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큰 닭 사육에 도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생산시스템이 작은 닭에 맞춰져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계 6만여마리를 큰 닭으로 사육하는 곽춘욱씨(64·전북 김제)는 “사료와 사육시설, 사육방법부터 도계장시설까지 모든 게 작은 닭 생산에 맞춰져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 국내에는 큰 닭을 도계할 수 있는 시설조차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닭고기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외 수요에 맞는 닭고기를 생산하려면 산업구조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병기 건국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해마다 닭고기 공급이 초과돼 수급조절에만 최소 1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제는 전통적인 소비 수요를 충족하는 작은 닭 외에 큰 닭을 사육하는 방법과 생산시설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닭고기 생산시스템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