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동 틈타 병아리값 인상…‘살처분 보상금’ 꿀꺽
[2017 국감]육계 계열화업체 ‘갑질’ 논란
농해수위, 농식품부 국정감사
병아리 품귀 현상 이유로 계약단가보다 높은값에 공급 정부 보상금 부당하게 챙겨
별도 예외조항·부칙 만들어 표준계약서도 ‘무용지물’
하림 회장, 증인 출석해 ‘부인’ 김영록 장관 “관련법 개선할 것”

육계 계열화업체들이 농가에 공급하는 병아리가격을 제멋대로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농가에 지급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보상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2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하림을 비롯한 국내 대표 육계 계열화업체들은 그동안 병아리 공급 부족을 이유로 위탁농가와 처음 계약했던 공급단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병아리를 제공했다.

업체는 위탁농가에 병아리·사료를 대주고 길러주는 대가로 사육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때 사육수수료에서 병아리값과 사료비를 공제하는데, 더 큰 수익을 취하려고 병아리값을 부풀렸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계열화업체와 농가간 공정한 거래를 위해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도 이들 업체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업체들이 표준계약서와 별도로 예외조항이나 부칙을 만들어 병아리 수급상황에 따라 공급단가를 변동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탓이었다. 심지어 농가와 협의 없이 병아리값을 인상하고 이 사실을 구두로 통보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또 업체들이 병아리값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가에 지급한 AI 살처분 보상금을 부당하게 편취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업체들은 농가와 살처분 보상금을 나눌 때 사육수수료와 마찬가지로 병아리값과 사료비를 가져가는데, 병아리값을 마음대로 높여 더 많은 살처분 보상금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공개한 ‘2014년 AI 살처분 보상금 수령 및 정산 현황’에 따르면 1~4월까지 15건의 살처분 보상금 정산 사례에서 업체들이 적용한 병아리값은 적게는 한마리당 228원, 많게는 598원까지 다양했다. 당시 한국육계협회 회원사 평균 병아리 생산원가인 326원보다 낮은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병아리의 평균 시세였던 500원을 넘어선 사례는 6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업체들이 AI 살처분으로 병아리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틈을 타서 병아리값만 아니라 이윤까지 살처분 보상금에서 챙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내 육계산업을 대표하는 하림마저 병아리값을 높여 정산하는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다른 업체들의 횡포는 안봐도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홍국 하림 회장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면서 “불공정 사례가 나온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부인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파악해보니 (일부 업체에서) 불공정하게 (보상금을) 편취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축산 계열화사업법을 바꿔나가겠다”고 답했다.

<농민신문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