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는 야생조류 예찰시스템
영천 야생조류 AI 검출, 시료 채취 12일 지나 알려
고병원성이었으면 주변 농가에 이미 전파…실효성↓
관계자 “저병원성이라 반응 늦어 시간 걸렸다” 해명

최근 경북 영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H7N7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나온 것과 관련, 야생조류 예찰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분변을 채취·검사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방역당국에 너무 늦게 통보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9월25일 오후 8시께 철새 분변에서 H7N7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알렸다. 13일 시료를 채취한 지 12일 만이다.

일반적으로 시료에서 AI 바이러스를 확인하기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이 소요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방역당국이 AI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이다.

문제는 야생조류에게서 AI 바이러스가 나온 이후 초동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인근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다행히 전염성이 약한 저병원성으로 확인됐지만, 만약 고병원성이었다면 12일이라는 기간 동안 아무런 방역조치 없이 인근 농장으로 AI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9월2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열린 ‘2017년 3·4분기 가축전염병 중앙예찰협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환경부의 정보를 2주나 늦게 알게 된 셈인데, 이 정보를 받은 뒤 방역을 하면 때는 너무 늦다”면서 “이대로라면 야생조류 예찰시스템이 실제 가금류 농가의 방역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야생조류에 대한 예찰활동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서 각각 이뤄진다. 야생조류 폐사체나 분변 등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방역당국은 그 즉시 시료 채취 지점으로부터 반경 10㎞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하고 차단방역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처럼 환경부의 AI 바이러스 검출 통보가 늦어지면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경북 영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한 AI 바이러스는 저병원성이어서 검사과정에서 증상이 빨리 나타나지 않아 평소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료를 채취하면 1차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AI 바이러스 여부를 검사하는데, 이번 야생조류 분변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2차로 실시한 종란접종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종란접종 검사는 시료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종란에 주입해 AI 바이러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보통 5일 정도 걸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차 종란접종 검사를 한번 더 실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저병원성은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 AI 바이러스 최종 판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고 여러차례 검사를 하다보니 10일 정도가 소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신문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