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닭고기 가격 공시제' 도입 시동
공정·투명한 시장가격 형성 유도

최근 닭고기 가격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닭고기 가격공시제’의 검토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통단계별 닭고기 가격을 공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2일 하림, 참프레, 마니커, 체리부로, 한강씨엠 등 주요 계열사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농림축산식품부가 한데 모여 닭고기 가격 공시제 추진 방법를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가격공시제, 어떻게 추진되나
9월부터 시행되는 닭고기 가격공시제는 우선적으로 계열업체가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적 가격공시제로 시행된다. 내년부터는 축산계열화법 개정을 통해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변경하고, 2019년부터는 관련 법률(안)을 마련해 축산물가격의무신고제로 소·돼지 등 주요 축종까지 품목을 늘릴 예정이다.

닭고기 가격공시제는 육계계열사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구축한 가금산물 가격조사 시스템에 가입한 뒤 직접 가격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주요 공시정보는 계열사에서 위탁 사육한 생닭의 규격대별(대·중·소) 매입가격과 물량, 거래처 유형별(프랜차이즈·대형마트·대리점) 판매 가격과 물량이 될 예정이다.

거래처 가운데 대형매장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 등을 대상으로 하며, 프랜차이즈의 경우 세부 명칭은 공개치 않고 계열사별 평균 판매가격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위탁 사육에 의한 닭 매입가격은 출하와 정산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계열사의 지적에 따라 추가 논의를 통해 기준을 정하기로 결론지었다. 또한 모든 대리점의 판매가를 입력하는 것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판매물량의 50% 이상 또는 20개 이상 대리점의 판매가격만 기입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토종닭도 9월부터 가격공시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상경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우선적으로 현대화와 계열화가 이뤄진 육계 부분부터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며 “원활한 제도도입을 위해 단계적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 확대 시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공정한 시장가격 ‘유도’ 기대
닭고기 가격 공시제 도입의 제1의 목표는 바로 공정한 시장가격의 형성이다.

닭고기의 경우 소나 돼지와 달리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이 없어 공정한 시장 가격형성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유통단계별 닭고기 가격을 명시해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형성과 함께 거래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공시제를 두고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최근 닭고기 가격이 이슈화되면서 투명한 유통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돼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미 미국에서는 육가공회사의 독과점 행위 등에 대한 관리감독 및 공정거래 유인을 위한 축산물 가격과 거래물량 의무제출 제도가 2001년 4월 마련된 바 있어, 가격 공시제에 대한 제동을 걸긴 어려워 보인다.

# 객관성 확보 ‘과제’
이같은 닭고기 가격공시제에 대해 농가들은 계열사에서 지급하는 위탁 사육비가 보다 투명하게 책정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계열사에서 위탁받아 사육한 생닭의 가격도 공시 내용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의 객관성과 신뢰도 면에서는 의문을 갖는 시각도 존재한다.

9월부터 공시되는 닭고기의 유통가격은 자발적 가격공시제이기 때문에 계열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열사에서 거짓된 정보를 입력할 경우 이를 관리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한 업계관계자는 “추후 축산계열화법이 개정돼 의무가격공시제로 전환될 경우에는 법적·제도적으로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와 함께 계열사별로 닭의 구매 단가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차이가 있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닭고기 가격공시제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신뢰 높은 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선 정밀한 수정작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수축산식품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