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용하면 최악의 사태 막을 수 있어”
AI 전문가 ‘레스 심스’ 제안
살처분보다 훨씬 효율적 ‘무증상 감염’도 거의 없어

“한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백신을 사용한다면 2016년 겨울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5일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산란계 산업 AI 방역대책 추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호주 출신 가축전염병 전문가인 레스 심스 박사는 한국 정부와 농가들에게 AI 백신 사용을 제안했다. 심스 박사는 40여년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아시아 각국에 AI 정책을 자문한 AI 백신분야 최고 권위자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인접한 국가 가운데 AI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나라”라며 “게다가 농가 밀집도가 높아 한번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하고 피해 규모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비책으로 AI 백신을 추천했다.

심스 박사는 “백신을 접종하면 가금류가 AI에 감염돼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지금처럼 살처분 정책만 단독으로 펼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선 백신을 접종하면 AI가 연중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베트남·중국을 예로 들며 상재화를 우려하는데, 이들 국가는 바이러스가 이미 토착화되고 나서 백신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중 발생하는 AI를 더는 막을 방법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백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무증상 감염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추정한 이야기일 뿐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심스 박사는 또 사람에게 전파되는 H7N9형 AI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H7N9형 AI의 인체감염 사례는 2013년부터 매년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 8월부터 기존 사용 중이던 H5N1형 AI 백신에 H7N9형 백신을 섞어 접종할 예정이다.

그는 “H7N9형은 중국 남부지역에서만 발견됐으나 최근 북부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면서 “철새를 통해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농민신문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