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비 감소…중국 가금산물 막을 명분 사라질 수도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 논의…축산업 득과 실은?
득 - 1회 접종 연평균 400억 소요 살처분 비용보다 연 36% 줄어 희귀종·천연기념물도 보호
실 - 산란율 저하 등 부작용 우려 불완전 면역…연중발생 가능 국내 가금산물 수출도 타격

정부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대책으로 ‘백신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백신사용에 대한 축산업계의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태여서 도입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AI 백신을 사용할 때 예상되는 국내 축산업의 ‘득과 실’을 알아본다.

◆경제적 손실 최소화=AI 백신 도입으로 국내 축산업계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방역비 절감’이다.

한국가금수의사회에 따르면 AI 백신 1회 접종 시 필요한 비용(백신 단가와 접종비)은 가금류 한마리당 100원이다.

국내 가금류 사육규모(2017년 1·4분기 기준 약 1억5000만마리)와 육계(5000만마리) 회전율(연평균 6회) 등을 고려할 때 한마리당 한번씩 접종하면 연간 4억마리분의 백신이 필요하다. 연평균 400억원 정도가 백신접종에 소요되는 셈이다.

이 비용은 AI가 첫 발생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7년 동안 투입된 연평균 방역비보다 적은 액수다. 이 기간에 소요된 방역비용은 총 1조711억원으로, 매년 630억원이 살처분·매몰비용과 보상금 등에 사용됐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백신정책과 접종 대상 축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살처분만 실시한 과거에 비해 큰 비용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정책은 접종시기와 범위에 따라 발생 초기 AI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긴급백신’, AI 발생 대비용으로 평상시에 접종하는 ‘예방백신’, AI가 상재화됐을 때 실시하는 ‘전국백신’으로 나뉜다.

백신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긍정적인 영향은 국제 희귀종과 천연기념물 가금류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AI가 발생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종(種)을 살처분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실제로 서울대공원에선 2016년 11월 발생한 AI로 천연기념물 황새 2마리가 폐사한 데 이어 원앙 8마리가 살처분됐다. 따라서 백신을 맞히면 희귀종이 AI에 걸려 폐사하거나 살처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가금산물, 국내 가금산물 시장 진출 명분=AI 백신 도입이 국내 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외국 가금산물의 국내 축산업 진출이 쉬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에 이어 세계 닭고기 생산국 2위인 중국의 한국시장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나라 가금산물 시장을 열려고 수차례 문을 두드렸다. 그때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AI 백신 접종국이라는 이유를 들어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AI 백신접종을 하게 되면더이상 중국산 가금산물의 국내 진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같은 이유로 국내 닭고기·달걀의 수출 역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에서 AI 백신 접종국인 우리나라의 가금산물을 꺼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I 상재화 위험성도 국내 축산업계가 입을 수 있는 피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백신 도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적절하지 못한 백신접종으로 불완전한 면역이 형성된 개체는 임상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이들 개체가 무증상 감염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항체검사 시 감염 개체와 백신접종 개체의 구분이 어려워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 결국 국내에 AI바이러스가 항상 존재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아울러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생산성 저하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뉴캐슬·저병원성 AI 백신은 산란계에 접종하면 일부 개체의 산란율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병원성 AI 백신도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농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수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AI 발생으로 인한 가축의 폐사는 막을 수 있지만 산란율 저하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백신 도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농민신문 6월 14일>